“오늘은 질문 안받겠다”…회견문만 읽고 자리 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기자회견은 불과 3분 만에 끝났다.
정 전 총장은 30일 오후 2시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회견장인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회견문을 읽었고, “오늘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급히 떠났다.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몇몇 지지자들이 “고향(충청도)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고 소리쳤고, 취재진과 정 전 총장의 제자 등 50여명이 뒤엉켜 잠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이 떠난 뒤 그의 제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불출마 선언 배경 등을 설명했으나, 추상적 수준에 그쳤다. 전 교수는 “그의 진실한 속마음이야 누가 알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전 교수 등 제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전 교수는 “목이 좀 잠기고 힘들어 보였지만 홀가분해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의 한 제자는 “지난 20일께 1차로 불출마 결심을 했고, 27일에 최종 결정을 했다”며 “정치인도 아니고, 이래저래 말들이 너무 많아 접으려면 빨리 접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지난 23일 전 교수를 통해 세실레스토랑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봤으며, 27일에 예약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30분 정 전 총장은 서울대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강의를 했다. 그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오후에 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지사나 정동영 전 의장 등과의 연대 가능성 등 정치와 관련한 질문에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와 달리 웃음기가 전혀 없이 굳은 표정이었다. 정 전 총장은 오전 11시30분 언론사에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보도협조 요청서를 보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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