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김근태·정동영 ‘애증관계’
노-김 “분열없다” 합창…2002년부터 엇박자
노-정 정치 동반자…작년 재보선 싸고 갈등
노-정 정치 동반자…작년 재보선 싸고 갈등
대통령과 장관, 집권 여당의 선장으로 한때 참여정부를 떠받쳤던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요즘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유산’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이런 악연을 맺은 건 아니었다. 1989년 3월, 당시 전민련 정책실장인 김근태를 만난 국회의원 노무현은 “평소부터 연모해 왔다”며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함께 야당에 몸담았던 시절 “우리에게 김대중, 김영삼처럼 분열의 길은 없다”고 공언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그러나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계기로 틀어진 두 사람은 사사건건 갈등했다. 그때부터 노 대통령은 김 전 의장이 패배를 흔쾌히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경쟁자로 인식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은 2002년 경선 패배 뒤 노무현 후보를 돕지 않았고,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두고 ‘계급장을 떼고 논쟁하자’고 말했지만, 노 대통령은 그를 복지부 장관에 기용해 기회를 줬다”며 “그런데 김 장관은 일로 승부하지 않고 대통령을 상대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열린우리당 비대위원장에 복귀한 김 전 의장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방침에 반발하자 “대통령 한번 하려고 현직 대통령을 밟는 정치인치고 성공한 사례를 못 봤다”고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최근까지 참모들에게 “김 의장은 나와 대립하는 정치만 한다”고 김 전 의장의 정치력과 업무능력에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의 생각은 다르다.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 원칙을 어겼고,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당 노선에서 이탈했다는 시각이다. 김 전 의장의 핵심 참모는 “2002년 대선 당시 정권 창출을 위해 민주평화 개혁세력이 뭉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노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요청했고, 단일화 이후 열심히 도왔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인사권 침해 논란에 대해선 “당시 여론 동향 등을 보면 반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충분했다”고 말했다.
당정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외부선장론’을 거론해 정당 내부의 (대선)후보자들의 발걸음을 멎게 만들고, 대연정을 제안하고 당 지도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당정분리 원칙을 깨며 자신과 경쟁한 건 노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은 비교적 오랜 기간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정 전 의장은 2002년 ‘경선 지킴이’를 자처하며 완주했고, 통일부 장관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관철을 위해 발벗고 뛰었다. 그러나 지난해 당 의장에 복귀한 그 역시 ‘노무현 사람’이라는 부정적 시선을 벗기 위해 노 대통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요구에 반발하는 등 결별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정 전 의장이 서울 성북을 재보선에 출마하라는 노 대통령의 요구를 뿌리치면서 두 사람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정 전 의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승부하기보다, 호남이라는 지역 표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당시 5·3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두 달 만에 다시 어떻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느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결정적으로 틀어졌다는 게 양쪽의 얘기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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