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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현장] 민노당 ‘무상교육·무상의료’ 베네수엘라 가보니

등록 2007-06-08 07:30

문성현 대표 “베네수엘라와 한국은 차이…우린 집권당도 아니고”

“지금까지 무상의료·무상교육 방법을 몰라서 시행하지 못했나? 집권세력의 의지가 없으니 안하는 거지.”

지난 5일(현지시각 4일) 베네수엘라의 무상의료·무상교육 기관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하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의 얼굴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베네수엘라 방문단은 수도 카라카스에 머무는 내내 민주노동당이 전신인 ‘국민승리21’ 시절부터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무상의료·무상교육이 10년이 지나도록 실현되지 못하는 한국 현실에 대한 고민을 지우지 못했다. 문성현 대표는 “베네수엘라와 우리나라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어 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데다, 민주노동당이 집권당이 아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정책을 실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둘러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 그라모 벤 구역의 ‘파브리시오 오헤다 민중병원’은 소아과·치과·내과·정형외과 등을 두루 갖춘 곳이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무상의료 프로그램인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에 따라 지역별·특성별로 4단계로 나뉜 병원 가운데 2차 병원에 속하는데, 의사 17명이 하루에 400~500명의 환자를 돌본다. 카라카스 시내에는 이런 2차 병원이 6곳이고, 전국엔 13곳이 있다. 대표단은 마리아 엘레나 코아 원장의 이런 설명을 들으며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무상의료 체계를 갖춘 것이 대단하다”며 “어떤 사람들이 병원을 이용하는가”, “병원이 생긴 뒤 국민들의 건강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등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국민이 실질적인 무상의료 혜택을 누리기엔 병원 수와 인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상의료’ 내세웠지만, 인력·병원 모자라 실질혜택은 ‘아직’

4차 병원인 소아심장병센터서도 마찬가지였다. 병원비는 물론, 환자 이송비와 보호자 숙박비까지 정부가 지원하지만, 병원은 카라카스 딱 1곳뿐이다. 그나마 의사가 모자라 42개 병상과 33개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의 가동률은 50%에 불과하다. 의료장비는 쿠바나 남미, 유럽 등에 석유를 수출한 대가로 현물로 받은 것들이다. 의료혜택을 받는 국민이 절반도 안됐던 베네수엘라로선 혁명적인 변화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1월23일 구역의 자치사회·정치조직인 ‘프레디 빠라 볼리바리안의 집’을 둘러본 대표단의 생각은 좀더 복잡해보였다. 이 곳은 차베스 대통령이 무상 기초교육 프로그램인 ‘미션 로빈슨’의 상징으로 여기는 곳이다. 8만명의 지역 주민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 곳에서 읽기와 쓰기, 인터넷 사용법 등을 배웠다. 다른 지역과 달리 여기선 주민자치 활동도 결합돼 주민들은 ‘자유방송국 23일의 리듬’이라는 소규모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신문도 발행한다. 이곳 자원봉사자인 야리차 모타는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규엽 집권전략위원장은 “주민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은 것도 훌륭한 성과지만, 주민자치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면서 권력이 주민 스스로의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노동당의 기반 확대를 위해 참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차베스 대통령과의 면담 무산돼 ‘항의 서한’

단병호 의원은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라는 안정적인 재원과 집권을 통한 정책 실행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전면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민주노동당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며 “부유세와 군비 축소라는 당의 무상의료·무상교육 재원마련 방안이 많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고, 당이 정부에 정책 집행을 강제할 힘도 없기 때문에 더욱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마다 설치된 보건소 아래에 동네마다 보건지소를 만들거나, 농어촌 고등학교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단은 지난달 29일 민주노동당이 경기 안산시의회에서 1살 미만 영아들에게 무상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산을 통과시킨 것을 본보기로 꼽았다.

한편, 6일로 예정됐던 차베스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일정이 하루 남았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면담의제 등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좀더 기다려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그러나 실제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국회의장 등과의 면담도 특별한 사전통보 없이 취소됐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베네수엘라 외교부에 공식 항의서한을 전달했다.카라카스/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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