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쪽 ‘청와대 음모설’ 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은 15일 열린우리당의 공세가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여권 공세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박영규 공보특보는 “노무현 정권은 병풍·기양건설·20만달러 수수설 등 각종 의혹사건을 날조해 정권을 강탈한 김대중 정부와 똑같은 방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정권 강탈’ 음모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비판한 점 △열린우리당이 ‘주가조작 의혹 조사특위’를 구성한 점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후보 쪽이 ‘청와대 음모설’을 강조하는 배경엔, 전선을 ‘이명박 대 박근혜’가 아니라 ‘이명박 대 청와대’로 가져가는 게 한나라당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정치적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모습을 지우면서, “범여권이 이명박을 두려워한다”는 식으로 ‘역정치공세’를 펴는 것이다. 이 후보는 14일 밤 재경대구경북향우회 모임에 참석해 “내가 본선에 나가면 (범여권이)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 작전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론, 잇따르는 의혹 제기를 ‘김대업식 정치공작’으로 깎아내려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쪽은 그러나 ‘청와대 음모설’의 구체적인 물증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배용수 공보단장은 “정황상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캠프 안에 대책팀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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