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검증위 중간발표
‘이’ 위장전입 투기의혹도 ‘박’ 정수장학회 비리설도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위원장 안강민)가 유력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면죄부’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증위는 22일 이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과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 비리 의혹에 대해 모두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범위가 제한적이고 검증 방식이 허술해 검증위가 결국 규명보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증위는 이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1969년 이후 주소지를 24차례나 옮긴 것은 △내 집 마련 △아파트 관사 입주 △국회의원 출마 △자녀 입학 등의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위장전입한 것은 학교와 서울시교육청 쪽에 문의한 결과, 당시 학교와 가까운 주소지를 우선 추첨·배정했기 때문이며, 부동산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자녀 입학 때문에 다섯 차례나 다른 사람의 소유지로 위장전입한 ‘범법 사실’이 밝혀진 대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검증위는 손쉽게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소득세 탈루·횡령·건강보험료 체납·구조조정시 이사장직 임금 인상 등을 둘러싼 문제들이 모두 행정적 실수거나 제도 변경 때문에 생긴 착오라는 것이다.
검증위는 정수장학회의 핵심 의혹인 ‘강제 헌납’에 대해선 아예 눈을 감았다. “당시 박 후보는 열 살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내면서 출근을 하지 않고 급여를 받았다는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증위는 “매주 2~3회 출근했다”는 장학회 사무실 수위의 진술을 ‘증거’로 내세웠다.
검증위가 두 후보의 검증 자료로 삼은 것은 주민등록 초본, 등기부 등본, 후보의 소명 자료, 제보인 진술 청취 등 대부분 언론에 공개된 것이어서 자료 확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검증 당사자인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은 검증위의 활동에 ‘만족’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검증이 미진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검증위 결과가 어떠하든, 일단은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후보 쪽의 이혜훈 대변인은 “이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국민이 얼마나 납득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검증위 초기 활동에 대해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의 본질은 이사장 재임 시절 비리가 아니고 강제헌납 여부인데 검증위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검증위가 검증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