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신혼부부 내집마련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명명박박’하겠다더니…‘고소 취소’ 떠넘기고 말흐리기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는 12일에도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가 낸 고소 취소 문제를 놓고 혼란스러웠다. 캠프에서 김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유하고, 김씨 본인은 이를 거부한 상황을 두고, 이명박 후보 본인은 딱 부러진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박희태 선대위원장도 “내 손을 떠난 일”이라며 손사래만 쳤다. 고소 취소 논란이 길어지면서 이 후보가 어떤 쪽으로든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그의 태도는 흐릿하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지역 언론사 간부들과 벌인 오찬 간담회에서 ‘고소 사건에 대한 이 후보 본인의 생각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내 개인 의견도 중요하지만, 당과 캠프의 의견도 중요하다. 같이 선거를 치를 사람들 아니냐”며 “당장 뭐라고 하기보단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람들은) 내가 처남과 대단히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1년에 한번 볼까 하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앞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이 ‘김재정씨에게 고소 취소를 직접 설득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씨와 아직까지 통화도 못해 봤다. 당에서는 검증위에 맡기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김씨도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캠프에서 변호사들과 함께 논의를 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저렇게 나올 정도면 뭔가 각오를 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씨의 태도를 이해하는 듯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현재까지 입장 변화가 없다”며 박근혜 후보 쪽이 사과하지 않는 한 고소를 유지할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이 후보의 발언을 보면, 그는 캠프에서 김재정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유한 걸 못마땅해하는 듯하다. 한 관계자는 “검찰을 못 믿는 박희태 선대위원장과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캠프 내 반발을 무릅쓰고 취소 권유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캠프 안에는 “기왕 이렇게 된 것, 끝까지 검찰 수사를 통해 무고함을 밝혀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적지 않다. 이 후보 나름의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김씨에게 결정 책임을 떠밀면서 ‘나와 무관한 일’임을 강조하는 한편,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고소를 취소할 길을 동시에 열어둔 것이다.
이명박 후보 캠프는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강화해 김재정씨 문제를 덮으려 애썼다. 장광근 대변인은 청와대의 선관위 질의내용 공개와 검찰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 등을 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의 최종 목표를 ‘이명박 대통령 당선 저지’에 두고 있음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불명확한 태도에 대해선 당내뿐 아니라 캠프 안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정씨 쪽이 지난 4일 국회에서 고소 기자회견을 할 때엔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이 동석했다. 그런데 취소 문제를 놓고는 ‘독자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좋게 비칠 리 없다는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사실상 자기 문제인 이 사안에서 캠프와 처남에게 공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정치적으로 부담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 본인에게 공이 떠넘겨진 상황이므로 후보가 직접 어떤 쪽으로든 책임있게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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