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파, 권영길 지지 결정…평등파·다른후보들과 갈등
일부 “조직선거 안 먹힐수도”
일부 “조직선거 안 먹힐수도”
민주노동당이 또다시 ‘정파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당내 최대 정파로 분류되는 자주파(NL) 조직 책임자들은 지난 21일 대선후보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회찬 후보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변화하고 혁신하기는커녕 ‘오더(order) 투표’, ‘묻지마 투표’를 하려고 하니 창피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심상정 후보도 22일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조선시대 권문세가의 가문정치와 21세기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정파주의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당 홈페이지의 당원 게시판에는 “자주파가 파국의 종을 쳤다”는 원색적인 비난 글까지 오르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자주파와 평등파(PD)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경선에 출마한 세 후보 모두 평등파로 분류되지만, 그 중에서도 권영길 후보가 중도에 좀더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당내에선 자주파의 결정이 당원들의 ‘밑바닥 정서’를 뒤흔들 만한 폭발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주파의 한 당직자는 “노회찬·심상정이 누구인지를 당원들이 이미 알고 있고, 자주파 안에서도 평등파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30%는 된다”며 “예전처럼 조직적 결정이 100% 관철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평등파인 한 당원도 “자주파가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역풍이 불게 된다. 당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조직 선거는 절반밖에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노회찬·심상정 두 후보 캠프에는 자주파 출신의 실무진도 적지 않다.
자주파의 결정이 큰 논란을 빚는 배경엔, 당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게 정파의 이해관계에 발목 잡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깔려 있다. 지난해 1월 당 대표 선거에선 자주파의 조직적 지지를 받은 문성현 후보가 인지도나 지지도가 훨씬 높았던 평등파쪽 조승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는 부정선거 시비로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앞서 2005년 울산북 재보궐선거에선 자주파의 지지를 업고 후보로 나선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낙선하면서 김혜경 당시 당 대표가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파간 대결구도가 선거 때마다 큰 후유증을 몰고온 것이다.
이 때문에 자주파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파로 분류되는 경기 동부지역의 한 당원은 “당내 그룹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이 정파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해온 상황에서 조직적 결정을 내리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