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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명박-이재오, ‘운동권 인연’ 이후 어떤 관계이기에…

등록 2007-08-24 18:22

"`운동권 동지'에서 `정치적 동지'로..."

이명박(李明博)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선승리 1등 공신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2선후퇴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가 이 최고위원을 적극 엄호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의 특수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선 전에는 대선 예비후보와 지지 의원으로서, 또 경선 이후에는 대선 후보와 참모라는 엄연한 상하 종속 관계임에도 불구, 일반인이 보기에 이 최고위원은 가끔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행동을 보여왔고 이 후보는 그때마다 그런 이 최고위원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상식적 판단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주변 측근들은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일종의 `동업자' 관계라고 평가한다.

네 살 차이인 이 후보(41년생)와 이 최고위원(45년생)의 인연은 지난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후보는 고려대 상과대 학생회장(당시 4학년) 자격으로, 이 최고위원(당시 1학년)은 중앙대 한일회담반대구국투쟁위 위원장 자격으로 각각 시위를 주도했으며 시청 및 광화문 앞 합동시위때 공동전선을 펴면서 운동권 동지로 첫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의 길은 전혀 달랐다. 이 후보는 이 일로 옥고를 치른 뒤 현대건설에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까지 올랐고, 이 최고위원은 철저한 재야의 길을 걸었다. 이 최고위원은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된 것을 비롯해 5차례에 걸쳐 10 여년간 옥고를 치렀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90년대 초반. 이 후보가 `6.3동지회' 회장을 맡고, 이 최고위원은 부회장을 맡으면서 다시 의기를 투합한 것.


그러다가 두 사람이 운동권의 인연을 한 단계 뛰어넘어 정치적으로 뜻을 모아가기 시작한 것은 15대 국회 들어서면서.

두 사람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실정치와 민생, 국가미래 등에 대해 흉금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이 후보에 대해 "기업에 오랫동안 몸 담아 나라를 바로 세우거나 개혁을 하는 일에는 소극적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런 정신이 가슴속 깊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이어준 매개체는 현재 이 후보의 넘버원 공약이 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이 후보는 우연한 기회에 대운하 구상을 털어놨고, 이 최고위원은 그때 국가의 모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대 프로젝트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이 후보에게 "형님이 대통령이 돼야 그 구상을 실천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힘들다"고 말했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이 정치적 동지로까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이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켰고, 이후 서울시장직무인수위원장까지 지냈다.

이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작년 7.11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대리전' 구도로 치러진 경선에서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대리인으로 인식됐고, 이후 그 이미지가 그대로 고착됐다.

강재섭 대표에게 석패한 이 최고위원은 전대 후 본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착수했다. 당내 기반이 전혀 없다시피한 이 후보를 위해 소장파를 규합하며 당심장악의 확실한 발판 역할을 한 것.

4.25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 총사퇴론이 불거졌을 때도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의지를 꺾지 않았으나 `주군'인 이 후보의 설득으로 끝내 소신을 접기도 했다. 당시 거취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롯데호텔 객실에서 단 둘이 15시간 난상토론을 벌인 일화가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다. 모두가 1등 공신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캠프의 실질적 좌장으로서 상대의 네거티브성 공격에 온몸으로 맞섰고, 경선 막판 검찰이 `도곡동땅'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대검 앞에서 비를 맞으며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투표일 사흘 전부터는 아예 캠프에서 숙식을 하며 막판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이 최고위원은 평소 "지금은 이명박이 시대정신이다"고 역설하고 다닌다. 자신에 대해 2선으로 물러나라는 요구가 있지만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후보도 "이 최고위원에 대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내 지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합친 사이지,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합친 사이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특수한 인연으로 볼 때 이 최고위원은 2선 후퇴 논란에도 불구, 12월19일 결전의 그 날까지 최일선에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 최고위원과 그다지 가깝지 않은 의원들도 "지금은 물러날 때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이 최고위원은 일부 측근들과 함께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에 나선다. "지리산에서 본선전략을 가다듬겠다"고 한 이 최고위원이 이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본 게임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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