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명박 대항마
민주신당 주자들 ‘대이명박 경쟁력’ 고심
민주신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의 핵심 포인트는 본선 경쟁력이다. 고만고만한 지지율의 예비후보들이 ‘이명박 대항마’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 내야 한다.
손학규? 후보는 ‘한나라당 표 흡수론’을 내세운다. 자신만이 이명박 표, 친 한나라당 표를 가져올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60%를 넘나드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일부라도 빼앗아 오지 않고서는, 대선은 해보나마나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경기 출신에다 중도 성향이 뚜렷한 자신이 이명박 후보한테 가 있거나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중도성향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도덕성의 비교우위도 강조한다. 우상호 캠프 대변인은 “이미지 조사를 해보면, 이해찬은 똑똑하다, 정동영은 말 잘 한다, 손학규는 깨끗하다로 나온다”고 말했다. ‘정동영-이명박 대결은 영호남 대결, 이해찬-이명박 대결은 노무현 대리전’이라는 점에서 필패 카드라는 게 손 후보 쪽 주장이다. 그렇지만 범여권의 정통성 시비를 벗어나기 어렵고,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한나라당 탈당 후보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은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약점이다.
정동영 후보 쪽은 ‘민주정부 정통 후보론’을 앞세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낸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주장이다. 정 후보의 핵심 참모는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후보나 친노 주자인 이해찬 후보는 이 부분에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미래세력 필승론’도 내세운다. 이명박 후보와의 경쟁 구도를 미래 세력과 과거 세력의 대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 마인드와 내용 면에서, 정 후보는 개성공단 등 미래의 성장 동력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명박 후보는 ‘토목, 굴뚝 경제’에 갇혀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정 후보의 ‘정통 후보론’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 지역의 지지율 1위 자리도 손 후보와 다투고 있는 형편이다.
이해찬 후보는 ‘도덕적 추진력’을 얘기한다. 그는 연설이나 강연 때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며 자신감도 자주 나타낸다. 이런 자신감의 근거로 꼽는 게 ‘월등한 국정 경험과 도덕성’이다. 그의 핵심 참모는 “사기업과 서울시를 운영한 이명박 후보에 비해, 이해찬 후보는 국회의원 5선, 교육부장관, 총리 등 넓은 공적 영역에서 능력을 입증했다”며 “도덕성에 바탕한 추진력을 지닌 이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상품’이 없다. 대중에게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 잘 한다는 평가는 받지만 ‘지도자감’이라는 평가는 적은 편이다.
유시민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 맞서는 열쇳말은 ‘새로움’이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으로 대선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신당 후보 9명 가운데 나이가 가장 적고, 젊은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원을 받고 있다. 유 후보는 “한나라당과 비슷한 후보는 국민께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또 새로움이 없이 옛날 방식으로 정책을 펴고,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도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정동영 후보를 겨냥한 말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란 이미지는 부담이다.
한명숙 후보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내세워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천정배 후보의 무기는 ‘개혁후보론’이다. 선명한 개혁성을 내세운 자신이 영남의 개혁성향 표도 끌어오고, 가장 파괴력 있게 대선전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추미애 후보는 민주당 출신인 자신만이 비한나라 진영을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기남 후보는 선명한 복지 공약을 바탕으로 맞설 수 있다는 점을, 김두관 후보는 영호남 민주개혁세력 연대를 실현할 영남 후보라는 점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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