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의 세번째 대선 도전을 가능하게 한 데는 탄탄한 조직력과 발랄한 기획력을 갖춘 참모들의 역할이 컸다.
선거에선 항상 ‘조직’이 중요하다. 조직을 맡은 김창현 상임 선거대책본부장과 공동 선대본부장인 장원섭 집행위원장, 박창완 전 당 예결위원장, 서승엽 대구시당 사무처장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당 사무총장 출신인 김창현 본부장과 광주시당위원장 출신인 장 위원장은 자주파(NL)의 권 후보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장 위원장은 지역별 득표율을 거의 정확하게 맞혀,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과시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박창완 전 예결위원장은 한국노총의 경계선을 넘어 민주노총·전농 등의 조직 표까지 끌어왔고, 서 사무처장은 약세 지역으로 꼽혔던 대구·경북에서 권 후보가 34.71%를 얻도록 해 ‘초반 3연전 1위’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호성 상황실장은 권 후보의 ‘복심’으로 불린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그는 2002년 대선 때 권 후보의 수행비서를 맡으면서부터 권 후보와 함께 해왔다. 선거대책본부에 당내 양대 정파인 평등파(PD)와 자주파(NL)가 섞여 있는 탓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이 실장이 나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대세론’을 확산시켜 현실로 만든 이들로는 기획 쪽을 맡은 문명학 기조실장과 박용진 대변인, 정용상 수행비서가 꼽힌다. 문 실장은 ‘국민승리21’ 시절부터 부산시당에서 활동했고, 2002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석준 후보의 득표율을 17% 가까이 이끌어낸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총선 때 중앙당 기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번 경선에선 ‘추석 밥상 왼쪽엔 권영길, 오른쪽엔 이명박을 놓고 이야기해보자’는 뜻인 ‘좌권우박’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권의 남자’로 불리는 박용진 대변인은 ‘국민승리21’ 때 권 후보 수행비서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00년 총선 때 강북을 지역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론 서울지역 최다 득표율인 13.3%를 기록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려 올초 당 대변인직을 그만뒀으나, 권 후보가 직접 “도와달라”고 부탁해 캠프에 합류했다. ‘다이나믹 권영길’이란 슬로건을 만들어 권 후보의 정체된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 기관지 <진보정치> 출신인 정용상 수행비서는 권 후보의 연설문을 작성했다. 그가 쓴 “노회찬 후보는 어딜 가도 뉴스를 만들고, 심상정 후보는 어딜 가도 지고 오는 법이 없다. 권영길은 어딜 가면 ‘어~’ 하고 돌아오지만, 결심하는 순간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연설문은 두 경쟁 후보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더 경쟁력있음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