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오른쪽)가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가족마당 상설무대에서 열린 ‘차 한잔의 대화 -그린코리아, 미래를 위한 약속’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이 행사에 ‘겨레의 숲’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김성훈 상지대 총장(왼쪽)은 “이 후보가 국제적인 환경평가 전문가집단을 초청해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평가를 받겠다고 하는데, 그들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인지 밝혀 달라”며 이 후보와 논쟁을 벌였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후보, 부시와 회동…파장과 전망
공들인 ‘대미 외교’ 굳건한 동맹 파트너 부각
대선 영향 논란에 ‘미국 눈도장’ 비판 예고
공들인 ‘대미 외교’ 굳건한 동맹 파트너 부각
대선 영향 논란에 ‘미국 눈도장’ 비판 예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10월 중순에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면담이 향후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대통령이 특정 국가의 대선 후보를 만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다, 특히 이 후보는 야당 후보라는 점 때문에 여러 정치적 해석과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6월 서울시장 퇴임 뒤부터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 공을 들여왔다. 경선 전인 지난 6월에도 미국을 방문하려다 양쪽의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이 후보 쪽은, 아직 대통령으로 확정되지 않은 한국의 후보를 미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을 중요시하는 한나라당 지지층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에 부시 대통령과 만나 한-미 관계, 한-미 자유무역협정, 대북문제 등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눌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대선준비팀의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얘기를 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큰 변수만 없다면 한-미 동맹의 강화, 북핵 폐기,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실행 등을 확인하는 외교적 행사가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 정도라면 만남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이 “미국도 결국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은근히 국내 정치에 미칠 긍정적 파장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 후보에게 외교정책을 조언하는 현인택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면담 성사는) 부시 대통령이 이 후보를 중요하게 본다는 뜻 아니겠나. 한국의 유력한 야당 후보니까…”라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의 한 핵심 인사는 “이 후보 지지의 핵심기반인 중도층은 대미관계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실용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이 후보가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고 해서 곧장 ‘보수’로 낙인찍고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대선 후보들을 좀처럼 만나주지 않는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이명박 대세론’을 더욱 확고하게 굳힐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만남은 또 10월 초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열흘 남짓 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될 수 있는 범여권의 ‘평화 공세’에 ‘미국 카드’로 맞불을 놓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만남이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정치권에선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이 다른 나라의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논란이 가능하다. 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은 친미 논란의 불을 지필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 쪽 내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무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면담이 지금의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또하나의 변수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현장 애드리브가 강한 이 후보가 즉흥적인 성격의 부시 대통령을 만나,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할 수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문제에 대해 꼼꼼히 공약을 준비해야 할 상황에서, 밖에 나가 미국의 눈도장을 찍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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