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명의도용 어떻게
통합신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 도용 사건은 ‘유령 선거인단’ 모집 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찰 조사를 보면, 서울 종로구 구의원 정인훈(45·여)씨는 아들 박아무개(19)씨 등 대학생 3명한테 노 대통령과 다른 정치인, 연예인 등 여러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명단을 주고 선거인단에 등록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여성선거대책위 서울 사무총장’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돼 있는 정씨는 정 후보 홈페이지에 공개 지지 글을 올리는 등 열렬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이해찬 후보 쪽은 “정씨는 구의원 당선 이전부터 정 후보와 인연을 맺어 왔고,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정 후보 캠프의 종로지역 조직의 핵심 관계자”라며 정 후보 캠프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정 후보 쪽은 정씨가 정 후보의 자문조직인 ‘전국 평화와 경제포럼’ 행사에 참석하는 등 열렬 지지자인 것은 맞지만 “여성선대위 서울 사무총장은 정식 직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씨가 어떤 경위로 명의 도용 대상자들의 인적사항을 입수했는지, 이 과정에서 정 후보 캠프와 직접 접촉이 있었는지 등은 경찰 수사가 더 진행돼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쪽은 “구의원인 정씨가 자체적으로 확보해둔 당원 명부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하지만, 손학규·이해찬 후보 쪽은 “캠프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불거진 정 후보 쪽의 동원선거 의혹 두 건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여하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부산 금정구선관위는 9월30일 통합신당 당원인 이아무개(39)씨가 운영하는 부곡동 상가 5층 학원의 냉장고 안에서 16절지 50여장 분량의 선거인단 명부를 찾아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장을 신고한 손 후보 쪽은 이곳에서 ‘차량 운행은 5시까지’ 등 차량 동원 의혹을 뒷받침하는 메모를 확보해 공개했다.
앞서, 부산 북구선관위는 9월29일 밤과 30일 새벽 사이 금곡동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지하식당에 정 후보 쪽 사람들 150여명이 모인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선관위 직원이 촬영한 동영상 등을 넘겨받아, 식당 주인과 당시 식당에 모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임의 성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부산/신동명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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