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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합동토론’ 기피증?

등록 2007-10-22 20:48

이명박, 정동영 토론제의 거부
5년전 이회창 때와 상황 비슷
다른 후보들 “토론회 열자”
“국정운영 가치를 갖고 맞장 토론을 하자”(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범여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룬 뒤 토론회를 갖겠다”(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12·19 대선을 두 달 앞두고 후보자간 합동토론이 또 하나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의 ‘1대 1 토론’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이번 논쟁은, 2002년 16대 대선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2002년 10월초 〈에스비에스〉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민주당 후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등 3명이 각각 ‘1대 1’로 맞서는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이회창 후보 쪽이 거부해, 합동토론은 무산됐다.

당시 이회창 후보 쪽은 “합동토론은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할 우려가 높다”면서 “법정 선거운동 개시(11월 말) 이후에만 선거법이 정한대로 합동토론에 응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 35% 안팎으로, 20%대 이하의 정몽준, 노무현 후보에 앞서가던 상황이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를 도왔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굳이 합동토론에 나가서 노무현 후보를 띄워줄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 쪽은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된 뒤 또는 △법정 선거운동 시작(11월27일) 이후부터만 합동토론(3회 이상)에 응하고, 그 전까지는 이 후보 단독으로 출연하는 토론만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합동토론에 응해봐야 공격만 받으면서, 상대 후보를 부각시켜줄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명박 후보가 5년 전 이회창 후보보다 텔레비전 토론에 더 소극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토론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회창 후보에 비해 이명박 후보는 말 실수의 위험성도 높다”며 “최대한 토론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년 전의 이회창 후보보다 훨씬 높은 50%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 후보로서는 합동토론에 나갈 이유를 더욱 못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은 일제히 이 후보의 합동토론 거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정 후보 쪽은 22일에도 “체급 핑계 대고 토론 피하다가 ‘급체’하는 수 있다”고 이 후보를 비난했다. 문국현 예비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 등도 일제히 “합동토론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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