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자리로 찾아온 김재원 의원과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할 말은 있어도 할 수는 없다.’
7일로 예정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선언을 바라보는 박근혜 전 대표 쪽의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쪽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전 대표는 일단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측근은 “한나라당 경선을 거쳐서 결정된 후보가 있는데, 여기에 또다른 보수를 내세우며 이 전 총재가 나온다면 이는 보수의 균열이자, 정권 창출에 실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직접 비판하며 이 후보를 편드는 말을 밖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나도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지금은 말씀 드릴 것이 없다”며 답을 피해왔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사실상 확정됐지만, 이명박 후보로부터는 ‘진정한 화합’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박 전 대표로선 침묵이 최고의 ‘무기’일 수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5일) 다 얘기했으니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박 전 대표 쪽 인사들도 이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혹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한나라당 정권교체가 소원이라는 박 전 대표의 뜻을 의심받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에선, 비록 내색은 못 하더라도 은근히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즐기는’ 기류도 감지된다. 박 전 대표 쪽 한 인사는 “경선 이후 우리가 가장 바랐던 것은 이 후보가 도와달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는 것이었는데, 이 전 총재의 출마 때문에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정치공학적으로 보자면, 이 후보보다는 이 전 총재가 이길 경우에 박 전 대표 쪽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는 몫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실질적인 한나라당 후보로서 기능하지 못할 경우, 박 전 대표 쪽이 이 전 총재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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