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파, 지도부 사퇴요구…자주파 “힘들수록 뭉치자”
민주노동당 안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대선 패배론의 책임과 향후 수습방향을 놓고 민주노동당의 양대 계파인 ‘자주파(NL)’와 ‘평등파(PD)’가 각각 ‘단결’과 ‘혁신’을 내세우며 대격돌을 벌일 조짐이다.
평등파의 최대 그룹인 ‘전진’은 23일 총회를 열어 임시 전당대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선거결과 평가와 당 혁신 방향을 전체 당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전진’의 한 관계자는 “당대회를 열자는 것은 현 지도부에 대한 총사퇴 요구를 깔고 있는 것”이라며 “뼈를 깎는 과정을 통해 민생우선주의 같은 민주노동당의 우선 가치를 내세우고 창당 정신을 복원해 제2 창당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내년 1월30일에 끝나는 당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게 되고, 5월로 예정된 당직선거 일정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김혜경 전 당 대표,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 김형탁 전 대변인 등 민주노동당의 전현직 고위 간부 13명도 당 게시판에 임시 당대회 소집을 촉구하는 성명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일심회 사건, 북한문제 대응에서 당이 진보적 대중들로부터 외면받는 결정을 자초했다. 대선 기간 중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주 슬로건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등 정세에 동떨어진 사고와 결정으로 대중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길을 선택했다”며 자주파를 공격했다. 이들은 “한 달 안에 당 대회를 열고, 비례대표 후보 선출 일정은 당 대회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며 “당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철저하게 당을 바꾼다는 자세로 전당적인 당 쇄신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도높은 ‘혁신론’에 맞서, 자주파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뭉쳐야 한다는 ‘단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자주파의 좌장격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는 내부의 정파적 대립구도에 갇혀 있었다는 점뿐 아니라, 2004년 이후 원내에 진출한 이후 당활동 전반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니 깊이 돌아보고 뼈아픈 민의를 반성해야 한다”며 “이번 심판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다시 일어서려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등파의 당대회 소집 요구와 관련해선, “당대회는 ‘단결’에 도움이 된다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니다. 다음주 중앙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여러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일단 29일 열리는 중앙위원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선 선거 뒤 ‘백의종군’을 선언한 권영길 전 후보의 거취도 거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정계은퇴 요구를 하고 있지만, 권 후보는 아직 ‘백의종군’의 의미를 뚜렷이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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