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자주파, 쇄신보다 안정
강경 평등파, 분당수순 밟아
양쪽 온건파, 비대위로 해결
강경 평등파, 분당수순 밟아
양쪽 온건파, 비대위로 해결
대선 패배 뒤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갈 길을 찾지 못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당내 양대 정파인 자주파(NL)와 평등파(PD)는 일단 자극적인 행보는 삼가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각 정파 안에서도 해법을 두고 ‘2차 핵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천영세 의원은 아직 당 수습책을 논의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황선 부대변인은 “중앙위원회든 임시 당대회든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천 대표가 이번 주까진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달 중순께엔 어떤 형태로든 당의 향후 진로를 놓고 ‘재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주파 쪽에선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이달 중순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 지도부를 조기에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총선을 준비하려면 당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지도부 정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부 선출보단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총선 후보 등록을 2월초까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내 분란에 휩쓸려 현실적인 정치 일정조차 대비하지 못해선 안된다는 논리다. 쇄신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린 안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평등파 쪽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대선평가와 당 혁신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향후 일정엔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등파 최대 의견그룹인 ‘전진’의 김종철 집행위원장은 “종북주의 청산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기 당직 선거엔 참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자주파 안에서도 온건파들은 비상대책위 구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례대표 앞 순위 공천권을 비대위에 넘겨주기로 한 지난달 30일 합의안을 놓고 다시 논의를 해 보자는 것이다. 자주파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당권을 주도했던 자주파 인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되는 것 아니냐”며 “서로 완강한 태도만 고집해선, 총선도 힘들다”고 말했다.
평등파 쪽에서도 강온파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았던 심상정 의원은 여전히 비대위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적지 않은 평등파 인사들도 대선 평가와 당 혁신 주장엔 고개를 끄덕이지만,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들 사이에선 “나가서 얼어 죽을 거냐, 남아서 말라 죽을 거냐”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오간다.
걸림돌은 ‘종북·패권주의 청산’ 논의다. 분당론을 주도하는 이들은 이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자주파 쪽은 강경하다. 자주파 쪽 한 인사는 “대선 참패와 종북·패권주의가 무슨 관계냐”며 “이를 빌미로 분당하자는 건 진보정당 자체를 죽이자는 거다. ‘작은 연못’이란 노래 가사처럼, 연못 속 붕어 두 마리 모두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은 자주파와 더는 ‘합의’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보고, 조만간 본격적인 분당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심상정·노회찬 의원에게도 뜻을 같이 하자며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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