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 대미특사 이어 또 힘 실어주기
4월 총선 ‘정몽준’ 인지도 증명 첫 시험대
4월 총선 ‘정몽준’ 인지도 증명 첫 시험대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갓 한달 남짓된 정몽준 의원이 ‘최고위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직을 조속히 선출하자”고 말했다. 정 의원 입당의 가교 역할을 한 정종복 사무1부총장은 “정 의원이 최고위원직에 단일 후보로 나서게 될 것이다. 본인의 의사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을 선출할 전국위원회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라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임기가 오는 7월까지였기 때문에 정 의원이 선출될 경우 6개월 가량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당에서 이미 교감이 무르익은 상태다. 정 의원과 가까운 박희태 의원은 “정 의원이 입당할 때부터 그가 최고위원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도 “앞으로 총선 과정에서 사방천지 퍼져있는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은 바싹 긴장하기 시작했다. 딸린 식구 하나 없이 혈혈단신 한나라당에 온 정 의원으로선 최근 이명박 당선인의 대미 특사로 내정된데 이어 최고위원직까지 맡게 되면, 당내 지지기반을 닦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정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그는 더 나아가 “7월 이후 대표가 누가 될 것 같나. 이 당선인 쪽으로서는 박 전 대표에게 주는 것은 위험하고, 이재오 의원은 마땅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적할 ‘대중성’이 필수적인데, 정 의원이 이를 갖추고 있어 적격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정 의원은 당내에서 홀몸이다. 상당기간 이 당선자 쪽의 보살핌이 필요한 처지라는 점도 이 당선자 쪽이 지원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정 의원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정 의원이 당내 복잡한 역학구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느냐는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의원은 “(이 당선인이) 계속 뒷바라지 하긴 어렵다. ‘시댁’에 잘 적응해 자기 편을 만들 수 있느냐는 본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 첫 시험대는 오는 4월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엄격히 말하면 전국 단위에서 아직 대중적 지지도를 확인받은 적은 없다. 2002년 월드컵 열기는 이미 옛일이고, 단일화 파기에 따른 후유증을 완전히 벗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정 의원의 터전은 울산이다. 지역적으로는 박 전 대표와 일정부분 겹친다. 그가 4월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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