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지역위 간부 ‘집단 탈당’
“비대위 신속 구성” 위기고조
“비대위 신속 구성” 위기고조
민주노동당이 ‘심상정 비상대책위’ 구성과 종북·패권주의 논란으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8일 경기 구리 지역위원회에서 백현종 위원장 등 간부들이 모두 탈당했다. 당내에선 ‘집단탈당 사태’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탈당한 백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 21’ 시절부터 구리 지역에서 열성적으로 당 활동을 펴 자주(NL)·평등(PD)파 양쪽 진영 모두한테 신망을 얻던 인물이다. 양쪽 진영 모두 이날 탈당사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백 위원장 등은 지난 7일밤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침몰하는 난파선에 남아 금고를 뒤지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전원 탈당한다. 패권주의를 거부하고 민생을 생각하는 ‘진정한 진보정치의 길’로 새롭게 나서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이와 함께 한다”는 글을 남겼다. 당내에선 그의 탈당 원인이 비대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답답한 당내상황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와 오랫동안 당 활동을 함께 했던 한 인사는 “비대위 구성조차 합의 못한 채 세력화된 정파 중심으로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데 대한 실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선 “분당보다 더 우려하는 사태는 그냥 탈당하고 마는 것”이라는 노회찬 의원의 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에 실망한 이들의 탈당 사태가 잇따르게 되면, 애써 키워온 ‘진보 정당’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염려다. 한 당직자는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평당원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 산발적으로 탈당을 고민하던 이들의 ‘연쇄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애를 태웠다.
양쪽 정파의 온건파 사이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비대위 구성에 더 힘을 실어 한시라도 빨리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는 비대위 말고 당이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양쪽 정파 모두, 비대위 문제에 빨리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11일 확대간부회의와 12일 중앙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비대위 구성 문제 등을 최종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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