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정치인은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한나라당의 당규를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 당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열린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에서는 공천심사 기준 등을 놓고 2시간30분 동안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천심사위 첫 회의, 2시간 격론 결론못내
“부적격자 기준 포괄적” “당규 지켜야” 팽팽
김무성·김현철씨 당규 엄격적용에 강력 반발
■ 애매모호한 당규=한나라당의 ‘공직자 후보 추천 규정’ 3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 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관련자들에게선 공천 신청 자체를 받지 말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위원들이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그대로 적용하면 헌법이 규정한 공무담임권을 제한할 수 있어 사실상 위헌”이라며 당규 해석의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실제로 비리 연루자의 공천과 관련한 당규는 모호한 구석이 적지 않다. ‘공직자 후보 추천 규정’ 3조는 형의 경중이나 적용시점 기준 없이 형이 확정된 자는 모두 공천에서 배제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재·보궐선거 참패 뒤 3조가 신설될 때도 사면·복권 대상자는 공천 부적격 기준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공천 부적격 기준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로 규정한 9조도 두루뭉술하긴 마찬가지다. ‘금고형 이상’이라는 기준은 같은 당규인 3조와도 충돌한다.
■ 공천심사위원회의 고민=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공천이 원천봉쇄될 수 있는 이들은 김무성 최고위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박성범·김석준 의원 등이다. 김현철씨는 최근 경남 거제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규는) 헌법에 보장돼 있는 권리(피선거권)을 무시하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1996년 수뢰 혐의로 벌금형 1천만원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표 쪽 김무성 최고위원도 “조항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후보 공천 대가로 명품 코트, 양주 등을 받은 혐의로 벌금 700만원(배임 수재)을 선고받은 박성범 의원, 시의원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김석준 의원 등도 당규 해석에 목을 맬 상황이다.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부적격자 기준 포괄적” “당규 지켜야” 팽팽
김무성·김현철씨 당규 엄격적용에 강력 반발
한나라당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주요 내용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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