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계파 이해관계 없는 인권변호사…공천심사위원장 맡아
손학규 대표 “압력 굴하지 말고 중심 잡아달라”
손학규 대표 “압력 굴하지 말고 중심 잡아달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자리인 ‘공천심사위원장’ 자리에 외부 인사인 박재승(68·사진) 전 대한변협 회장을 앉혔다. 우상호 대변인은 29일 손학규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 대변인은 “정의롭고 강단 있는 법조인인 박 전 회장이 공천과정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손 대표는 박 전 회장에게 ‘특별히 공천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나 여러 그룹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우 대변인은 “공천심사위원장에 한나라당은 ‘정치 검사’(안강민 전 서울지검장)를 선임했지만, 우리는 인권 변호사를 모셔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 대표는 박 위원장을 여러 차례 찾아가 수락을 요청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은 30일 박 위원장이 당사로 출근하면 공천심사위원회 구성과 활동에 대한 세부 계획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제안을 받은지 얼마 안돼 세부 사항까지는 충분히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당과 상의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재승 카드’는 여러 차례 “공천 쇄신”을 예고했던 손 대표의 승부수로 읽힌다. 글자 그대로 ‘공천 혁명’이 가능하려면, 계파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외부인에게 칼자루를 맡겨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판단했음직하다. 특히 공천에 위기감을 느끼고 은근히 세를 과시하고 있는 정동영계, 호남에서 ‘점령군’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반발을 사고 있는 정균환 최고위원 등 옛 민주당 출신들의 영향력을 제어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법조인 중에서도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법관 시절에는 박정희 정권에 밉보여 제주로 장기 ‘유배’되는 불운을 겪었고, 대법원 대법관추천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던 지난 2003년에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특정 인사 비호 방침에 반발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위원회를 자진 사퇴한 이력도 있다. 전남 강진이 고향인 박 위원장은 서울민·형사지법, 제주지법, 수원지법 판사를 거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 대한변협 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세종대)의 임시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박 위원장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어떤 외적 요인에 의해 흔들리는 스타일이 아니고, 통합신당의 어느 특정 정파와도 가깝지 않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문제는 박 위원장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이 주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중요한 결정 권한은 위원장에게 맡긴다는 게 손 대표의 방침”이라고 했지만, 당헌·당규상으론 공심위의 심사·결정 사항을 상임중앙위의 의결로 확정하게 돼 있어 위원장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 공천심사위 활동에 필요한 당규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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