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왼쪽 두번째)이 29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뽑힌 뒤 강재섭 대표(오른쪽 두번째) 등과 함께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몽준, 미국 특사 이어 최고위원 선출
당권 경쟁자 박근혜·이재오 ‘예의주시’
당권 경쟁자 박근혜·이재오 ‘예의주시’
12월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이 29일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어 단독 후보로 나선 정 의원을 최고위원에 합의 추대했다. 이에 앞서 정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추진 일정 등 미국 특사 활동을 보고했다.
당 안팎에선 정 의원이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최고위원에 오른 것을 놓고, 차기 대권주자로서 첫걸음이 순조롭다는 평들을 내놓고 있다. 그는 또한 다음달 11일 외교·통일·안보 문제 등을 다루는 아산정책연구원을 출범시키고, 재정 지원을 전담하는 명예 이사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정책 학습’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선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오는 4월 총선 계획을 세웠을 테니 하라는 일이 있으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얘기는 적절치 않다”고 자세를 낮추었다. 일단 이번 총선에서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에 나서 대중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로 들린다.
앞으로 당권을 놓고 세력다툼이 불가피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 쪽과 박근혜 전 대표 쪽 모두 당내에서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는 정 의원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정 의원과 최고위원직을 놓고 맞붙을 뜻을 비쳤다가 철회한 이재오 의원은 “정 의원이 최고위원이 된 것은 축하할 일”이라면서 향후 당권 경쟁과 관련해선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며 언급을 피했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핵심 측근도 “박 전 대표와 당장 당권 경쟁에 나서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5년 마라톤’에서 박 전 대표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아나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한나라당에 들어온 이유를, 1992년·2002년 대선을 치르며 정당 조직 기반이 없으면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학습’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의원 스스로 자신의 세력을 다질 필요를 절감하고 있을 테니,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재오 의원 쪽과 대표직을 놓고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 의원 입당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박희태 의원은 “5년 뒤 대선 주자로 떠오르려면 당내 기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 이제 ‘검증’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인사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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