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친박’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김무성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 의원들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위기때마다 집단행동…‘친이’쪽 “떼쓰기정치” 비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 의원들의 결속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친 박근혜계’ 의원 26명은 31일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신청 자격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2시간 앞두고 국회도서관 회의실에 모였다. 1시간30분 가량 이어진 회의 끝에 이들은 “이명박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신뢰 관계’가 주변 사람들 때문에 훼손된다면, 행동을 통일하겠다”고 결의했다. 전날인 30일 박 전 대표 진영의 좌장 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공천에서 탈락할 처지에 놓이자 그를 지원하는 연판장을 돌린 데 이어, 다시 한번 강하게 이명박 당선인 쪽과 당 지도부를 압박한 것이다.
박 전 대표 쪽의 집단행동은 올들어 벌써 두번째다. 공심위 구성과 공천시기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높아지던 10일 박 전 대표 진영 인사들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 모였다. 박 전 대표는 “밀실 공천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고 밝혔고, 의원 33명은 그 자리에서 “전적으로 뜻을 같이 하고 행동을 함께 하겠다”고 결의했다.
박 전 대표 쪽이 위기 상황을 집단 행동으로 돌파하려는 데엔, 정권 출범 초기에 ‘실력 행사’ 말고는 자신들의 이해를 당내에서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우리는 당내에서 말로 호소할 데가 없다”고 주장했다. ‘집단 탈당’ 엄포를 무기로 이명박 당선인 쪽을 압박해 최대한 공천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속셈이다.
좀더 장기적으론 4월 총선 이후까지 내다보며 ‘박근혜 계보’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의원들 모임에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한 것은 자기 계보를 자기가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제 한나라당내에 ‘박근혜 계보’가 계보로서 본격적으로 기능을 시작했다는 시각이 당내엔 많다. 이를 두고 이 당선인 쪽은 “떼쓰기, 계보정치, 협박정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그렇게 비판하던 계보정치를 스스로 하고 있다. 국민 뜻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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