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 “이방호 간신“ 총장 퇴진 직격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친박’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김무성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 의원들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e-mail]

한나라 공천 갈등 ‘새 국면’

“당선인 악용해 자기이익 챙기며 뒤통수 쳐”

이재오, 이방호 옹호-박근혜쪽 맞대응 예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당 지도부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공천신청 자격 논란이 거듭되자 31일 밤 이방호 사무총장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초강경수를 꺼냈다.

강 대표는 부정부패 전력자의 공천 신청을 불허하는 내용의 당규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지난 29일 공천심사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이틀째 지도부 회의에 불참해왔다. 그러던 강 대표가 갑자기 사무총장 경질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꼬일대로 꼬인 공천 갈등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이 총장 등을 맹렬히 비판했다. “이 당선인을 악용해서 자기 이익을 차리고 있다. 임금을 속이는 간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내 앞에선 ‘네네’ 해놓고 뒤에서 이중플레이하고 뒤통수치는 건 정말 이 당선인이 청소해야할 ‘여의도 정치’”라고 격앙했다.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신청 불허 당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홍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밤 12시 무렵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남/ 연합뉴스

강 대표가 이처럼 격분한 까닭은, 공천심사위원회가 두차례나 연거푸 자신의 예상과 다른 결론을 내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지난 29일 공천심사위가 당규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자, 이 당선인한테 전화를 걸어 당선인 뜻인지를 물었으나 전혀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31일 오전에도 안상수 원내대표와 사전에 의견을 조율한 뒤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당규의 탄력 적용’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런데도 곧이어 열린 공천심사위는 ‘공천신청서는 받아주지만 심사는 별도로 한다’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

강 대표가 이방호 사무총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인 쪽과 직접 조율한 흔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공천심사위 간사인 정종복 사무부총장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전 조율이 없었음을 비쳤다. 다만, 강 대표는 이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의중을 확인하는 절차는 거쳤다. 이방호 사무총장의 뜻이 당선인의 뜻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강 대표는 사무총장 경질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가 전면에 나섬에 따라 한나라당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해온 이재오 전 최고위원 쪽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쪽 또한 격렬하게 맞대응하면서 한나라당 공천 갈등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물론, 이방호 사무총장이 물러서는 선에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 이유주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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