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충청·호남 총선후보 37명 내정
한나라당은 3일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 정덕구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 충청·호남권의 후보 37명을 내정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공천에 민감한 지역임을 고려해 이 지역에선 7명만 공천을 결정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역 지역구 의원 중에선 처음으로 이진구 의원(충남 아산)이 탈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충남 당진에서 2명의 경쟁자들을 떨어뜨리고 낙점을 받은 정덕구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지난해 2월 열린우리당 분열이 가시화할 무렵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력하고자 한다”며 탈당과 함께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이번엔 한나라당에 ‘비공개’로 공천 신청을 냈다. ‘철새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공천을 받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소망교회 인맥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산에선 현역 의원 가운데선 처음으로 이진구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대신에 이훈규 전 대전지검장이 후보로 내정됐다. 이 의원의 낙천에 대해선 그가 고령(68살)이란 점과 법조인·전문가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가 지난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밀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우리 편 죽이기가 시작된 것 같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희생자는 ‘이명박계’에서도 나왔다. 대전 동구에선 지난 경선 때 이명박 대통령 편에서 대전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칠환 인수위 자문위원이 떨어졌다. 이 자리 역시 법조인 출신인 윤석만 전 대전지검 특수부 부장검사가 결정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충청 지역은 상대 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공천을 일찍 결정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나중에 전략 공천을 하는 지역이 여럿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천심사위는 이날 1차 심사에서 단독 후보로 결정됐으나 2차 심사 초반부에 일단 보류시켰던 이윤성(인천 남동갑), 남경필(경기 수원 팔달) 의원을 후보로 내정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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