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 한나라당 충남 공주 당협위원장(오른쪽)이 5일 오전 국회 대표실로 강재섭 대표를 찾아와 공천 심사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공심위 재의결 인사에 도덕성 의문 제기…영남·강남권서 대립격화 가능성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윤리 공천’ 문제로 또다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공천 신청 자격을 놓고 강재섭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극한까지 치달았던 상황에 이어 2라운드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공천 개혁의 가늠자가 될 영남 지역과 서울 강남권 공천을 놓고 양쪽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최고위는 5일 공심위가 공천을 확정한 김영일(서울 은평갑)·안홍렬(서울 강북을)씨의 도덕성 논란을 들어 재의를 공식 요구했다. 최고위가 지난 3일 두 사람을 포함한 공천자 4명의 인준을 보류한 채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공심위가 다음날 곧바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최고위가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최고위는 또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철새 공천’이라고 비판한 정덕구(충남 당진)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경기 남부권 공천 확정자 등 2명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최고위는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최고위와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거듭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공심위는 현지 조사도 없이 하룻만에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서슬이 시퍼런 통합민주당 공천 분위기도 최고위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 최고위원은 “재의를 요구한 두 사람의 문제는 공천을 주기 어려울 정도로 뚜렷하다고 판단했다”며 “한나라당 공천이 계파 공천으로 비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까지 공천을 주면 통합민주당과 너무 대비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안에선 최고위와 공심위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합이 뜨거운 영남권과 수도권 공천을 놓고 최고위와 공심위가 또다시 ‘핑퐁게임’ 양상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공심위가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무시하고 문제가 된 두 사람의 공천을 강행하면 이는 최고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쳐 최고위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공천심사위원 교체’까지 거론하며 공심위에 불만을 내비친 바 있다.
공심위로서는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공심위가 ‘물갈이’를 하자니 고생한 사람 다 내친다는 욕을 먹을 것 같고, 각 계파에서 ‘조율’한 사람을 공천하면 편파적이라고 할 테니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 아니냐. 공심위가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강민 공심위원장도 최고위의 강수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양경자 한나라당 서울 도봉갑 공천신청자 지지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낙하산 공천을 철회하고 재심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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