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송파 등 강남엔 새 얼굴 배치할 듯
역시 종로는 ‘정치 1번지’였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한 지 6시간 만인 10일 오후 3시께 종로·중구 두 지역의 공천 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종로·중구는 서초·강남·송파의 ‘강남벨트’와 함께 전략공천지로 미뤄뒀던 곳이다. 민주당 기습에 바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박진 의원은 손학규 당 대표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엘리트’ 이미지로 맞설 수 있는 인물로 당내에선 꼽힌다. 박 의원은 경기고-서울대 법대-하버드 케네디스쿨로 이어지는 화려한 학력을 갖고 있다.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옥스포드 정치학 박사인 손 대표에 뒤지지 않는다. 박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김홍신 의원, 민주당 정흥진 전 종로구청장과 3파전을 벌인 끝에 김 후보에 588표 차의 신승을 거뒀다. 박 의원 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종로 아니냐. 이쪽 주민들은 대통령을 탄생시킨 곳이라는 데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공천심사위가 이날 송파병에 공천을 신청했던 나경원 대변인을 전격적으로 중구로 돌린 점은, 나 대변인의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민주당이 아직 공천을 결정하지 않은 중구를 먼저 매듭지은 데엔 종로에선 선제공격을 받았지만 중구에서만큼은 상대방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곳의 현역인 박성범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 때 구청장 후보로부터 명품코트, 양주 등을 받은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종로·중구 공천을 마무리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총선 전략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권은, ‘새 얼굴 공천’이 예상된다. 출마만 하면 금배지는 떼어 놓은 당상인 이 지역에서 참신한 인물을 영입했다는 평이 나와야 변화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강남권 공천에 대해 “아주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서울 심사만 해도 2~3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진통을 예고했다.
현역 의원이 없는 한나라당 취약 지역에선,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마포갑), 진성호 인수위 전문위원(중랑을), 김효재 인수위 자문위원(성북을) 권택기 당선인비서실 정무기획팀장(광진 갑)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논공행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530만표 차의 압도적 승리를 이룬 탄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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