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형규·박계동 탈락시키던 밤 ‘속 풍경’
지난 19일 진행된 한나라당의 마지막 지역구 공천 심사는 그동안 도마에 올랐던 ‘원칙없는 공천’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공천심사위원들은 이날 자정까지 회의장 문을 걸어잠근 채 맹형규(송파갑)·박계동(송파을) 두 의원의 공천 문제를 놓고 10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호응을 받지 못하는데도 이방호 사무총장이 두 의원들에게 다시 공천을 줘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전날인 18일에도 맹 의원만은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고 주장해 회의를 파행시켰다.
당내에선 이 총장이 이틀씩 시간을 끌며 ‘맹형규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 스스로의 판단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이 총장은 맹 의원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이재오 의원이 천거했다는 박영아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를 투입하는 데 별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맹 의원이 탈락한 것은 이 총장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이 총장이 지난해 경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돕지 않은 맹 의원을 곱지 않게 봤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이틀 뒤 이 총장은 태도가 돌변했다. 재심 심사 첫날인 18일엔 “맹 의원은 인수위에서 기획조정 분과 간사까지 지냈으므로 살려주자”고 하더니, 19일엔 아예 “‘당 기여도’가 높은 박계동 의원까지 함께 공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에 ‘친박’ 성향의 공심위원은 물론 김애실 의원 등 ‘이명박계’ 인사들까지 모두 나서 “다른 탈락자들은 어떻게 하느냐”,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해선 안된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 공심위원들은 이 총장에게 “‘윗선’에서 계속 맹 의원을 살려주라고 한다면, 아예 이 총장이 사고를 쳐라. 다른 공심위원들을 핑계삼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라”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수의 반대로, 맹 의원과 박 의원을 탈락시키자는 원안이 확정됐다.
안강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심사를 하다보면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심위원들도 ‘윗선’의 실체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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