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식당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태형 xogud555@hani.co.kr
목욕탕·역…표밭 훑어라
‘43km 뚜벅이 유세’ 돌입…“꼭 당선돼서 다시 오겠다”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의 첫 공식 선거운동 일정은 서울 흑석동의 목욕탕을 찾는 일이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목욕탕 유세’는 이날로 벌써 10일째다.
아침 6시5분께 도착한 정 후보는 입은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탕으로 들어갔다. 그는 “알몸으로 부딪쳐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며 목욕탕 유세의 ‘의미’를 설명한 뒤, “아래는 찍지 말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 후보는 7시부터 이수역 앞에서 출근인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유권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확실히 지명도 높은 ‘스타’ 정치인이었다. 먼저 와서 악수를 청하는 장년층 유권자는 물론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가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차 유리창을 내려 악수를 청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정 후보는 이수역 부근 순대국집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들었다. 순대국을 기다리는 막간을 이용해 참모들과 구수회의를 열었다. ‘동작의 아들’, ‘진짜 명품’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오전 9시40분 태평백화점 앞에서 대선 출정식을 치른 정 후보는 이날 흑석동~동작동~사당동~상도동 등으로 이어지는 43㎞ 구간을 걸어서 다니는 ‘뚜벅이 유세’에 돌입했다. 뚜벅이 유세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남성시장 들머리에서는 ‘형님 공천’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을 들을 수 있었다. 정 후보에게 다가와 반갑게 악수를 청한 한 60대 남성은 “동생이 대통령인데 형이 국회의장을 하면 누가 견제할 수 있겠냐”며 “의원님(정 후보)이 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 후보가 사당동 아파트 단지를 훑을 때 만난 이 지역 토박이 김아무개(75)씨는 “지금 팽팽하다. 누가 될지 모르겠다. 절대 안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 후보는 이어 전날에도 방문했다는 아파트 경로당을 또 찾아 할머니 다섯분께 일일이 큰절을 올렸다. 할머니들은 “어떻게든 나라를 위해서 싸우지 말고 황희 정승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뼈있는’ 한마디씩을 던졌다. 사당3동에서 야채상을 하는 김영애(61)씨는 “잘생겨서 좋다”며 정 후보에게 바나나를 건네며 “약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대형마트 같은 거 없어야 한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속도조절을 하면서 골목 상가도 보호해야 한다”고 응대했다. 이날 시장 골목을 누빈 정 후보는 상인들에게 “꼭 당선돼서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호남표 결집을 막아라 주민 35% 호남 출신…“선거철만 되는 망국병 이용” 직격탄
“선거철만 되면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서민, 서민’ 하면서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저는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정치인입니다.”
4·9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최대 관심 지역구가 된 서울 동작을의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는 사당시장 들머리에서 연 첫 유세부터 상대인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지역 주민의 35%가 호남 출신인 탓에, 전북 출신인 정동영 후보 쪽으로 호남표가 결집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연설을 듣던 500여명의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정몽준”을 연호했다. 이 지역에 37년을 살았다는 한 60대 여성은 “전라도 사람이 많아 야당만 의원이 되는 바람에 위치도 좋은데 유독 발전이 안 됐다. 이젠 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 출신의 여당 실력자에게 거는 기대감이 묻어나왔다.
이날 새벽 5시50분 선거사무소 회의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정 후보는 자정께까지 흑석동, 사당동, 상도동 일대를 누볐다. 아침 6시40분부터 이수역 태평백화점 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한 정몽준 후보는 자신을 피해가려는 유권자들한테도 달려가 두 손을 감싸 안으며 허리를 숙였다. 예정된 시간인 8시50분 직전엔 “2분 남았어. 2분 전에 골 들어가는 거야”라며 선거운동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장다운 비유에 선거 운동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선거사무소 앞 콩나물해장국집에서 늦은 아침을 들었다. 주인과 주방의 종업원들이 “또 오셨네요”라고 반겼다. 오전 10시 출정식을 마친 뒤엔 상도동 골목시장으로 달려갔다. 시장 들머리부터 빵집, 반찬가게, 세탁소, 분식집, 정육점 등을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들어가 “잘 부탁합니다”를 연발했다. 시장을 중간쯤 돌 무렵, 이민혁(숭실대 전자공학3)씨가 숨을 헐떡이며 2002년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와 유성매직을 내밀었다. “수업 중에 정 의원님 왔다는 문자를 어머니한테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정 후보는 공에 싸인을 해 주면서 활짝 웃었다. 상도동에 살면서 과일장사만 30년째라는 정상옥(63)씨는 “여기도 재개발이 돼서 인구가 좀 늘어야 과일 사가는 사람이라도 늘지 않겠느냐”며 “정몽준이 찍을 거야”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정 후보가 사당동 아파트 단지를 훑을 때 만난 이 지역 토박이 김아무개(75)씨는 “지금 팽팽하다. 누가 될지 모르겠다. 절대 안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 후보는 이어 전날에도 방문했다는 아파트 경로당을 또 찾아 할머니 다섯분께 일일이 큰절을 올렸다. 할머니들은 “어떻게든 나라를 위해서 싸우지 말고 황희 정승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뼈있는’ 한마디씩을 던졌다. 사당3동에서 야채상을 하는 김영애(61)씨는 “잘생겨서 좋다”며 정 후보에게 바나나를 건네며 “약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대형마트 같은 거 없어야 한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속도조절을 하면서 골목 상가도 보호해야 한다”고 응대했다. 이날 시장 골목을 누빈 정 후보는 상인들에게 “꼭 당선돼서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호남표 결집을 막아라 주민 35% 호남 출신…“선거철만 되는 망국병 이용” 직격탄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선거사무소 앞에서 운동원들과 손을 맞추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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