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득 국회부의장(앞줄 오른쪽)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상득 부의장 당모임 깜짝방문
원로들 낙마로 영향력 더 커져
원로들 낙마로 영향력 더 커져
‘형님’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수렁’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사이,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의원들과 물밑접촉을 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부의장은 지난 21일 저녁 한나라당 초선 당선인들의 모임을 ‘깜짝방문’해 이들을 격려했다. 이날은 고승덕 당선인(서울 서초을)이 주도하는 ‘현장경제연구회’가 발족하는 자리로, 이 부의장은 “지나가다 들렸다”며 갑자기 나타나 소주폭탄주를 돌리는 등 분위기를 돋웠다고 한다. 현장경제연구회는 이달곤·배은희·신성범·이한성·여상규·강용석 등 21명의 초선 당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고 당선인은 “초청하지 않았는데 이 부의장이 갑자기 오시더니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한다는데, 초선들이 이렇게 민생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움직이니 보기 좋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 부의장은 지난 18일 당내 이명박계 중진 20여명이 모여 이재오·이방호 의원 등 총선 탈락자들을 위로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이 부의장은 본래 이 모임의 참석자가 아니었지만 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찾아와 역시 폭탄주를 돌렸다고 한다. 당시는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을 놓고 이 부의장과 이재오 의원이 대립하던 예민한 시기였다. 이 부의장은 이 모임에서 “나는 이 의원과 갈등이 없다”며 이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부의장은 당 대표 선출,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 등 당내 현안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 혹시라도 자신이 이런 문제에 얽혀있다는 보도가 나오면 즉시 정정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는 “국회직도 당직도 맡지 않는 것은 물론 당내 현안에서 빠져 있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그러나 박희태·김덕룡 등 원로 의원들과 이명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낙마로 당내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 부의장의 영향력은 오히려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이 부의장을 찾아가 의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이 부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그러나 이 부의장은 자기가 목표를 확실히 갖고 투쟁을 불사하는 이재오 의원과 달리 조용히 움직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표나게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