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의 기형적 결합’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교섭단체를 구성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를 파고들며 ‘몸값’을 올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과반’에 그친 한나라당(153석)과 독자적으로는 주도권 발휘가 어려운 민주당(81석) 사이에서 사안별로 줄타기를 하면서 ‘결정권(캐스팅 보트)’을 행사하려는 전략이다.
두 당은 23일 대운하 저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중소기업 육성 등 3가지를 정책공조의 대상으로 꼽았다. 일단 18대 국회 운영 과정에서 민주당과 함께 야권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두 당은 당장 이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에서부터 민주당과 ‘공조’를 했다. 다만, 대북정책 등 두 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 쟁점으로 부상하면 자유선진당이 야권공조를 이탈해 한나라당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제3의 교섭단체 출현으로 한나라당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맞게 됐다. 무엇보다 국회운영 과정에서 민주당 외에 추가로 제3의 교섭단체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을 하더라도 2개 교섭단체를 모두 상대해야 한다. 수고와 번거로움이 갑절로 늘어나는 셈이다. 의석분포는 2개 교섭단체 의석을 합친 것보다 많지만 교섭단체의 수로 보면 ‘2대 1’로 몰리는 측면도 부담이다.
한나라당은 달갑지 않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자유후진당인지, 구태모방 한국당인지 의심스럽다.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자기 이익을 좇아 위장결혼을 한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민주당은 손익이 교차한다. 제3의 교섭단체와 연대함으로써 좀더 효율적으로 여당을 견제할 수 있게 됐지만 교섭력을 갖춘 유일 야당의 위치가 흔들리는 측면도 있다.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법상 모든 상임위원회에 각 교섭단체별로 간사 1인씩을 두게 돼있다. 제3의 교섭단체가 각 상임위에서도 독자적인 교섭권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임위원장은 물론, 봉급이 예산으로 지원되는 국회 정책전문위원도 배당받게 된다.
그러나 금전적으로는 실리가 별로 없다. 국회법상 국고보조금의 50%를 동등하게 배분받으려면 교섭단체로 구성된 ‘단일 정당’이어야 한다. 두 당이 합당하지 않을 경우 3분기 국고 보조금 지급액은 선진당(18석) 5억3천700만원, 창조한국당(3석 기준) 1억9천100만원이지만 합당하면 15억400만원 정도로 3배 가량 상승한다. 두 당은 합당을 하지 않고 정책연대만 한 상태다.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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