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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정두언 의원, 민심 떠난 청와대 ‘권력투쟁’ 치고받기

등록 2008-06-08 21:17수정 2008-06-09 00:47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
‘정두언 폭탄발언’ 일파만파
수도권 소장파…이상득 의원파 격돌
“촛불정국 ‘희생양’ 바치기” 해석도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대통령 주변 인물의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여권이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갈 분위기다.

정 의원이나 그가 비판한 ‘4인방’은 당장은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정 의원은 8일 연락을 끊고 잠적했으며, 상대편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내각의 대대적 교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여권의 여러 세력들은 ‘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이 예상된다.

그 중심적인 대립의 축은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소장파와 이상득 의원의 영향권에 있는 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파문’의 발단은 지난 7일치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였다. 정 의원은 여기에서 “청와대엔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한 사람들이 있다”며 “장·차관 자리,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전리품이요, 이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사가 실린 뒤 즉각 보도자료를 내 “그 기사내용을 부인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다”며 이 대통령의 실정 이유로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것은 그가 거론한 인물들의 비중과 노골적인 고발내용 때문이다. 정 의원은 구체적으로 청와대 한 인사를 민비에 비유하면서 “욕심 없는 줄 알았던 A씨가 2인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B비서관은 ‘이간질과 음해, 모략의 명수’라고 주장하면서 “호가호위했다”고 질타했다. 또 D의원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이런 표현들에서는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난 소외감이 뚝뚝 묻어난다는 것이 한나라당 안팎의 평가다. 선거 때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정 의원이 대선 뒤 인선 과정에서 ‘형님 사람’들에게 밀려난 데 따른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실제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막 고지를 점령한 뒤 몇 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을 독식하려고 같이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거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전리품이란 “인사”라고 까지 노골적으로 밝혔다. 정 의원 쪽에선 선거 때 탁월한 전략·기획가로 꼽혔던 이태규씨가 정무 쪽보다 힘이 약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들어갔다가 한달 만에 사표를 낸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정 의원으로서는 이번이 화려한 부활을 꿈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 의원은 지난 3월23일 소장파 인사 55명이 ‘형님 퇴진’을 촉구할 때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쿠데타에 실패한 적이 있다. 그 때 비하면 지금은 순풍에 돛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정 의원 발언이 나온 근본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촛불시위 정국’ 때문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정 의원의 ‘고발’은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희생양’을 민심의 제단에 바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의원은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는 대통령”이라고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또 정 의원은 사석에서 “어떻게 만든 정권인데, 이럴 수가 있느냐. 밤마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정 의원 나름의 해법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의원의 발언이 오히려 정권의 균열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정 의원은 박영준 비서관 등을 암적 존재라고 생각해 칼을 댔을 텐데 그 암이 이미 대통령의 일부가 됐는데 어떻게 하느냐. 그 암을 제거하다 대통령이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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