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27일 저녁 서울 세종로쪽으로 행진을 벌이다가 서울시의회 부근 도로에 저지선을 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촛불 행렬의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해 세종로 네거리에다 저지선을 쳤던 경찰은 이날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를 저지선 안쪽에 두고 사옥 주변에는 별도의 경찰 병력을 빽빽이 배치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촛불 시위를 주도하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주장은 국민 건강을 빙자한 반미에 있다”며 “대책회의의 핵심 세력은 골수 반미단체인 한국진보연대”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책회의 핵심은 진보연대” 오종렬·한상렬대표 지목
대책회의 “아무런 직책 안맡아…구시대적 편가르기” 반박
홍 대표는 또 “그동안 이름을 바꾸면서 주도해 온 이들의 반미 활동은 국가보안법 철폐, 매향리 미 공군사격장 폐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맥아더 동상 강제철거 시도, 에이팩 반대,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 등이고, 진보연대 공동대표인 오종렬·한상렬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주요 임원으로 효순·미선양 사건 범대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맥아더 동상 강제철거 시도,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를 주도했던 그런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광우병대책회의 정체를 국민들이 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 쪽에서는 “홍 대표가 쇠고기 고시 강행으로 ‘촛불’이 다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집행위원장은 “구체적인 사실을 들여다봐도 홍 대표의 주장에는 틀린 구석이 많다”며 “진보 운동의 내막을 잘 모르는 데서 나온 억측”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연대는 ‘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와 ‘전국민중연대’라는 진보 진영의 두 개 커다란 연대 단체가 지난해 9월 하나로 합쳐지면서 출범했다. 주요 결합 단체는 전국빈민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민주노동당,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전국여성연대 등 30여개고, 민주노총은 정식 가입은 안 돼 있는 ‘참관’ 단체다.
진보연대가 최근 주도해 온 활동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이다. 에프티에이로 직접 타격을 받는 전농 등 민중 진영에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위원장은 “진보연대의 기조는 신자유주의·세계화 반대, 반전 평화, 민족자주권 수호, 민중 생존권 쟁취 등”이라며 “‘에프티에이 반대’를 친북·반미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홍 대표가 오종렬·한상렬 두 공동대표를 ‘반미의 상징’처럼 꼽은 점에 대해서도 진보 진영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종렬 대표는 광주 지역의 교사를 거쳐 광주시 광역의원과 광주시 교육위원으로 활동한 교육운동가 출신이다. 2002년 전교조가 소속된 전국민중연대의 대표가 된 뒤 진보 진영의 원로로 활동해 왔다. 굳이 따지자면 ‘반미’ 보다는 민중운동 쪽에 가깝다. 한상렬 목사는 고 문익환 목사가 속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유신 말기부터 국내 민주화 운동에 동참해 온 양심적인 성직자다.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건을 주도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홍 의원이 언급한 이른바 ‘반미 운동’들도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보법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부분 개정’ 의견이 있었던 사안이고, 매향리 공군사격장은 비인도적인 ‘소음’ 문제가 입증돼 피해자들에게는 이미 국가 보상금까지 지급됐다.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긴 했지만, 맥아더 장군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미국 사학계 안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대책회의에 1700여개가 넘는 단체가 있는데 진보연대만 지목하는 건 좌파·반미 색깔론으로 촛불을 꺼려는 수법”이라며 “‘그런 구태의연한 수법에 더는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조혜정 기자 charisma@hani.co.kr
대책회의 “아무런 직책 안맡아…구시대적 편가르기” 반박

진보 진영에서는 홍 의원이 언급한 이른바 ‘반미 운동’들도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보법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부분 개정’ 의견이 있었던 사안이고, 매향리 공군사격장은 비인도적인 ‘소음’ 문제가 입증돼 피해자들에게는 이미 국가 보상금까지 지급됐다.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긴 했지만, 맥아더 장군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미국 사학계 안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대책회의에 1700여개가 넘는 단체가 있는데 진보연대만 지목하는 건 좌파·반미 색깔론으로 촛불을 꺼려는 수법”이라며 “‘그런 구태의연한 수법에 더는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조혜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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