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출마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에서 열린 경선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태열, 정몽준, 박순자, 공성진, 박희태, 김성조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3일 전대 앞두고 결집현상
정후보 “선관위 조처를”
정후보 “선관위 조처를”
오는 7·3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사흘 앞둔 30일, 한나라당은 이명박계-박근혜계간의 세대결 논란이 증폭되며 하루종일 전운이 감돌았다. 이명박계는 이날 저녁 당협위원장 17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동을 계획했다가 상대 후보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자진 취소했다. 박근혜계 인사 30여명도, 박 전 대표가 이날 오후 한 언론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것을 빌미로 오랜만에 한데 뭉쳐 단결력을 과시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양 계파의 결집 현상이 나타나자, 가장 다급해진 쪽은 정몽준 후보였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는 허태열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를 대신한다면서 기자회견을 했고, 오늘은 이명박계의 대규모 모임이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오늘 저녁 대규모 계파 모임은 자제돼야 하며 선관위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오찬을 들며 “당 선거규정을 보면 경선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선거운동을 하고 자리를 약속하고 금품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그런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물증도 있지만 공개하지는 않겠다”며 부정선거 의혹에 불을 붙였다. 정 후보는 이어 “공성진 후보가 서울의 당협위원장 20여명을 불러서 정몽준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다 돌려놓으라고 했다기에,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광근 의원에게 항의했다”며 “공천을 줬으니 계파를 따르라고 하는 것이 무슨 정당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희태 후보를 겨냥해 “65살 넘어서 군중집회 같은 데 가라는 건 참 비인간적인 처사다. 정치엔 왜 정년이 없느냐”며 박 후보의 ‘노령 콤플렉스’를 건드렸다.
이날 오후 <한국방송>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설전은 계속됐다. 박근혜계의 허태열 후보가 이날 ‘이명박계 대규모 회동’을 놓고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이라고 비판하자, 이명박계를 대표하는 박희태 후보는 “나는 거기에 갈지 안 갈지 생각 중이다. 허 후보는 그런 모임 안 가졌느냐. 정 그러면 오늘 모임에 오시라”고 답했다. “이 모임은 당규에 어긋난다”는 정 후보의 공격에 맞서, 공성진 후보는 “한나라당에 오신지 얼마 안 돼서 해당행위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모양”이라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모임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자, 이명박계 핵심인 차명진 의원은 기자실을 찾아 “오늘 모임은 전당대회와 무관한 행사였으나 일부 후보들의 문제제기와 당 지도부의 우려를 우려해 전당대회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도 핵심 측근인 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회가 낼 모레인데요…”라며 입을 닫았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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