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고위 “친박 일괄 복당” 결정
촛물민심 동떨어진 ‘같은 색깔’ 세불리기
‘힘의 정치’ 일방통행땐 대의정치 위기
촛물민심 동떨어진 ‘같은 색깔’ 세불리기
‘힘의 정치’ 일방통행땐 대의정치 위기
한나라당은 10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친박근혜’ 의원들에 대한 무조건 일괄 복당을 결정했다. 친박연대(13명), 친박 무소속 연대(12명) 전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할 수 있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복당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친박 무소속 연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4·9 총선에서 153석을 얻었지만, 이날 김형오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되면서 152석이 됐다. 한나라당은 친여 무소속인 강길부·김광림·김세연·송훈석·최욱철 의원 등 5명도 입당시킬 방침이다. 따라서 이들이 모두 입당 절차를 마치면 182석의 ‘공룡여당’이 탄생한다. 이 시점에서 거대 여당의 출현은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일까?
첫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반격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선과 총선 이후 정책의 총체적 실패로 지지율이 폭락했다. 지난 두 달 동안의 촛불은 정부가 어줍지 않은 경제 논리로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한 데 대한 심판이었다. 교육·의료 공공성 포기에 대한 견제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재협상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자유주의 정책 강행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여권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인위적 경기 부양, 무리한 공기업 민영화, 복지 예산 축소 등이 우려된다.
둘째, ‘1당 독주’가 시작됐다. 182석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218석) 이후 최대 규모다. 전체 의석(299) 대비 60.9%에 해당한다. 5공 이후에는 개원 국회에서 여당이 의석의 60% 이상을 차지한 경우는 없었다. 한나라당은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과반을 확보하게 됐다. 여야 협상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야당은 일제히 ‘1당 독재’를 우려하는 논평을 냈다.
셋째, ‘이명박 전횡’의 위험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나라당은 친이명박 성향인 박희태-홍준표 체제가 장악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자파 의원들에게 당직 요구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 ‘권력 주변에 기웃거리지 말라’는 정치적 메시지다. 당분간 한나라당 내부에 비주류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여당 내부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넷째, 정치 개혁의 퇴행이다.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검찰에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하고, 유죄 확정 판결이 나면 출당·제명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떼기 사건 이후 강화된 내용이다. 그런데 친박연대의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은 검찰에 의해 이미 기소된 상태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당 소속이 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3명의 의원은 입당 뒤 윤리위 회부 및 당원권 정지 등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순서가 뒤바뀌었다. 비리 정치인이 한나라당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한나라당 당헌·당규 정신은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무력화됐다.
공룡여당의 출현은 촛불로 표출된 민심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민의를 대변한다는 대의민주주의 본연의 원리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대신에 시민들이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촛불을 켜 드는 ‘광장의 정치’가 앞으로 한층 자주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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