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현안질의 알려진 내용 ‘재탕삼탕’ 수준
“수적 열세보다 전략과 의지가 없는게 문제”
“수적 열세보다 전략과 의지가 없는게 문제”
민주당이 ‘존재감 없는 제1야당’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당내에서도 “현안은 쏟아지는데, 대응은 무기력하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등원 이후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도마에 올리겠다고 별렀지만, 지난주 국회 긴급 국정현안 질의 뒤에는 오히려 민주당의 ‘전투력 부재’가 당내에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탕삼탕하는 수준에 머문데다, 한승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자신만만한 답변 태도에 효율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조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제한된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걸 다루려다 보니, 집요하게 추궁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여당 티를 못 벗었다. 그동안 정부 입장에서 했던 버릇이 (야당으로서) 발톱을 무디게 하고 있다”며 “논리적으로 제압을 하든지, 그게 안 되면 호통이라도 쳐야 하는데 …”라고 말했다.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를 비롯한 6개 특위 활동에서도, 민주당의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금강산, 독도 문제가 쇠고기 문제를 삼켜 버리고 있다”는 ‘하소연’ 뿐이다. 언론 문제에 대한 대응도 ‘뒷북치기’ 수준이다. 애초 한나라당과 개원 협상 때 특위 구성에서 언론 분야를 제외시켰던 민주당은 최근 <와이티엔> 날치기 등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당내 대책 기구를 확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언론장악음모 저지본부’의 일원인 최문순 의원은 “민주주의 문제니까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 진정성이 부족한 건지, 자신감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적인 한계도 이런 무기력증에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등원 직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건의안 카드를 야심차게 꺼내 들었다가, 자유선진당의 ‘협조’를 얻지 못해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 추진 방침 역시, 자유선진당의 도움 없이는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수적 열세보다 전략과 의지가 없는 게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비상상황에 임하는 지도부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 강한 야당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행보는 전혀 없다”며 “의원들 성향만 탓할 게 아니라 지도부가 용인술을 잘 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지은 김태규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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