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예결위원장 “논쟁 많이 통과 가능할지…”
당정, ‘당내 복병’에 긴장…민주 “선심성 뺄 것”
당정, ‘당내 복병’에 긴장…민주 “선심성 뺄 것”
가까스로 원구성을 마무리 지은 정부·여당이 가장 서둘러 처리하려는 국회 안건은 추가경정예산안이다. 추경 자금이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그것도 ‘한 솥밥 먹는 식구’인 이한구 예결위원장이다.
예산안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위원장은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논란의 소지가 있는 항목이 여럿 있다”며 ‘현미경식 심사’를 예고한 뒤 “국가재정법이 시행된 뒤 첫 추경이라 법적 요건과 내용이 맞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많이 붙을 것”이라며 “예산 심사는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통과가 가능할까 싶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는 또한 “고유가대책으로 유류비용을 절감한다며 우회도로·철도망을 확충하는 데 1조여원, 유전개발·해외광물 융자 및 지원·투자 확대에 1조원 넘게 잡혀있는데 이것이 반드시 추경에 편성돼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재정전문가들한테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이처럼 추경안에 회의적인 데는, 세계잉여금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소신’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던 지난 4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기름값 급등 때문에 세계잉여금으로 추경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교부금·채무상환·긴급재난 지원 등에 써야 하는 세계잉여금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안된다는 논리였다. 그는 세계잉여금 용처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입법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결국 07년도 세계잉여금 잔액 4조8654억원을 재원으로 하는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과 강 장관이 추경 편성 타당성을 놓고 격돌했던 것이 ‘1라운드’라면 이번 예결위 심사는 ‘제 2라운드’인 셈이다. ‘1라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한나라당 지도부가 추경 통과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도 <한국방송>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서민들의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선 추경이나 입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의 태도도 추경 처리에 주요 변수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어느 항목을 넣고 뺄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하겠지만,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추경안을 통째로 처리할 수는 없다. 서민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항목별로 따져서 선심성 예산, 필요 없는 것은 다 빼겠다”고 말했다.
절대 다수석을 지닌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추경안에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소신’으로 무장한 예결위원장이 길목에 버티고 서있고, 야권이 이를 지원하는 형국이라면 애초 추경안은 정부의 뜻과는 달리 상당한 ‘타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주현 이지은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이지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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