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기획재정위 의원들 반대…국회 통과 힘들듯
국제 금융위기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한나라당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성장률 5%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3.5~3.8%로 전망하고 있어 감세를 유지할 경우 10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상속세·종합부동산세 같은 경제활성화와 관련이 없는 세금에 대해 세율 인하, 과세 기준 완화 같은 감세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같은 당인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감세·규제개혁 같은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경제 상황에 따라 감세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감세 중에서도 어떤 것은 유동적으로 완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에 밝은 여당 의원들도 감세를 손보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결위 소속인 유승민 의원은 “경기가 후퇴하면 세입·세출 모두 조정해야 한다. 감세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서민 생활과 관계없는 감세는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하는 김성식 의원 또한 “고소득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가면 오히려 해외소비 지출 등이 늘어나 국내 경제 활성화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라며 “현재의 정부 감세안은 폭이 너무 크고 획일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세계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국가 재정이 최후의 곳간 같은 대비를 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감세 등을 수행하려면 감세 폭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호흡을 맞춰온 당 지도부는 감세안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예전엔 경제가 나빠지면 세입을 줄이고 세출을 늘리는 방향이었지만, 지금은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감세정책을 유지하는 쪽”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놓고 여당 내부에서 의견 대립이 빚어지며 한 차례 풍파가 일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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