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조기비준론’ 비판 확산

3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대표와 전국 농축수산인 대표들이 한미FTA반대 및 쌀직불금 관련 생존권 쟁취!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11월 25일 전국대회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민주당 “반대” 분명히…여당 일부도 “부적절”

정치권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연내 처리 방침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정부·여당의 조급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 미국 대선이 있는데 (유력 후보인) 오바마는 현재 합의된 협정에 반대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며 “(비준안 처리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기 비준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눈앞에 보이는 공식적인 것은 외면하고, 뒷면에 숨겨져 있다고 추측되는 사적인 보고에 비중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라며 당론 결정 과정의 허점도 비판했다.

이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의 정기국회 법안검토회의에서도 연내 비준 방침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홍정욱 의원은 “정부가 연내비준 근거로 미국 정부에 대한 선제적 압박, 자동차 재협상 논의 차단 등을 내세웠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고, 준비상황도 부실하다”며 “비준 시기를 유연하게 생각하자”고 말했다. 정옥임 제2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도 “미국에서 재협상 요구에 대한 울타리를 치려고, 빨리 (비준)하는 것이라는 패를 미국에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정은 이날 오후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 정학수 농식품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무역협정 태스크포스팀 실무회의를 열고 10일 비준동의안 국회 상임위 상정, 12일 공청회 개최 등 연내처리 수순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특히 미국 대선 뒤인 오는 17~19일 열리는 미국 의회에 협정비준안 처리를 촉구하는 의원 방미단 파견, 대국민 홍보를 위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언론 인터뷰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큰 폭의 물갈이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동의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방침을 밝혔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업에 대한 피해대책도 없고, 미국 행정부가 아직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이송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이 동의안 처리에 적절한 때냐”며 “이를 밀어붙이려는 여당이 정말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드세게 비판했다.

신승근 강희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