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권능 확장’ 법안 발의
휴대전화 감청에 ‘위치정보’까지 추가
‘국내 직무범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 국가정보원의 권능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법안들이 마침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난달 28일부터 차례로 입법 발의한 △국가 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대테러기본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 등은 국가정보원의 권한과 활동 범위를 크게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이 참여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온 대테러기본법이 제정되면, 국정원 안에는 ‘대테러센터’가 설치된다. 국가 대테러 업무의 기획과 조정, 관련 정보의 수집과 판단·배포 등을 맡게 될 이 기구는 ‘대테러’라는 목적만 충족하면 상당히 포괄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대테러센터장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출입국은 물론 금융거래·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대테러기본법이 국정원의 운신 폭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통비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정보 획득 수단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룬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각 통신회사는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국정원으로선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휴대전화 감청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감청장비 설치에 필요한 각종 비용은 전액 또는 일부가 국가 예산에서 지원된다. 통비법 개정안은 또 국정원이나 각종 수사기관이 통신회사에 요청만 하면 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GPS 위치정보를 추가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가령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누구와 몇 시에 얼마간 통화를 했는지만 파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가 ‘어디서’ 통화를 했는지 정확한 위치까지 간단한 서류 한 장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간대별 위치 정보를 연결하면 특정인의 ‘동선’ 확인은 시간 문제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대한 제약을 푸는 입법안도 추진 중이다. 처음에는 직무범위를 무한 확장하는 ‘~ 등’을 추가할 계획이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닥치자 ‘우회로’를 찾고 있다. 가장 유력한 안으로는 현재 국정원법 제3조(직무)에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제한돼 있는 ‘국내보안정보’의 범위를 아예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은 ‘국내보안정보’를 명분으로 갖가지 국내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하는 길이 열린다. 가령 김회선 2차장(국내 담당)이 지난 8월11일 KBS 대책모임에 참석한 것은 현행 법으로는 불법 논란을 피할 수 없지만, 한나라당 뜻대로 법이 바뀌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게 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능을 갖추게 될 국정원 관련 입법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정해진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것은 물론, 그렇게 수집한 정보가 공안통치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국내 직무범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 국가정보원의 권능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법안들이 마침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난달 28일부터 차례로 입법 발의한 △국가 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대테러기본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 등은 국가정보원의 권한과 활동 범위를 크게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이 참여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온 대테러기본법이 제정되면, 국정원 안에는 ‘대테러센터’가 설치된다. 국가 대테러 업무의 기획과 조정, 관련 정보의 수집과 판단·배포 등을 맡게 될 이 기구는 ‘대테러’라는 목적만 충족하면 상당히 포괄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대테러센터장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출입국은 물론 금융거래·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대테러기본법이 국정원의 운신 폭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통비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정보 획득 수단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룬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각 통신회사는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국정원으로선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휴대전화 감청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감청장비 설치에 필요한 각종 비용은 전액 또는 일부가 국가 예산에서 지원된다. 통비법 개정안은 또 국정원이나 각종 수사기관이 통신회사에 요청만 하면 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GPS 위치정보를 추가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가령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누구와 몇 시에 얼마간 통화를 했는지만 파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가 ‘어디서’ 통화를 했는지 정확한 위치까지 간단한 서류 한 장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간대별 위치 정보를 연결하면 특정인의 ‘동선’ 확인은 시간 문제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대한 제약을 푸는 입법안도 추진 중이다. 처음에는 직무범위를 무한 확장하는 ‘~ 등’을 추가할 계획이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닥치자 ‘우회로’를 찾고 있다. 가장 유력한 안으로는 현재 국정원법 제3조(직무)에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제한돼 있는 ‘국내보안정보’의 범위를 아예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은 ‘국내보안정보’를 명분으로 갖가지 국내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하는 길이 열린다. 가령 김회선 2차장(국내 담당)이 지난 8월11일 KBS 대책모임에 참석한 것은 현행 법으로는 불법 논란을 피할 수 없지만, 한나라당 뜻대로 법이 바뀌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게 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능을 갖추게 될 국정원 관련 입법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정해진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것은 물론, 그렇게 수집한 정보가 공안통치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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