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걸’부터 ‘애딸린 여교사’ 발언까지
지위고하·남녀 불문…버릇처럼 튀어나와
사회적 소수자들에 무감각 ‘자성 목소리’
지위고하·남녀 불문…버릇처럼 튀어나와
사회적 소수자들에 무감각 ‘자성 목소리’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여교사 비하발언’ 논란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몰 여성주의’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여성비하 발언, 성추행 의혹 등으로 한나라당 인사들이 여러차례 곤경을 치렀으면서도 비슷한 사례가 거듭되자, 여성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일고 있다.
이번에 ‘여교사 발언’이 집중적인 포화를 받은 까닭은, 나 의원이 2년 넘게 당 대변인을 지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정무적 감각도 뛰어난 여성 의원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나 의원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머를 인용하고 나서도 ‘시중에 나도는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것 자체가 마인드가 없다는 반증”이라며 “자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이명박 당시 후보가 ‘마사지걸’ 발언을 할 때 자리를 함께 하고도, 이 후보를 두둔하기만 해 누리꾼들로부터 여성의식이 부족하다고 비난받은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일들이 계속되는 것을 놓고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젠더(사회적 의미로서의 성) 불감증’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 성에 대한 노골적인 농담을 늘어놓는 남성 의원은 물론, 여성 의원들조차 대등한 남녀관계, 사회적인 동등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한나라당이 야당에 비해 명문대 졸업자, 법조인 등 전문가 출신들이 훨씬 많은 것이 ‘젠더 불감증’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한 여성 의원은 “당내 대다수 여성 의원들이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엘리트로 자라나면서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여성 비례의원들은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투쟁한 결과 비례대표에 남녀가 동수로 공천받게 됐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 이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것같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의 뿌리가 수십년동안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했던 기득권층으로부터 출발한 정당이라는 점도 원인이 있다. 능력과 경쟁을 중시하다보니,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당내 의원들끼리도 남녀의 동등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잦다. 나이가 같은데도 남성 의원들이 무작정 여성 의원들에게 반말을 해 불쾌감을 주거나, 상대방의 면전에서 ‘아줌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한 전문직 여성은 “남성 의원들은 여성 의원이 싸움을 불사하면서 자기 의견을 고집할 경우 귀찮게 생각할 뿐 같은 동료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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