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안가리고 ‘자리’ 만들어
차가운 이미지 녹이기 행보
차가운 이미지 녹이기 행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의원들을 두루두루 만나 점심·저녁을 함께하는 ‘은근한 밥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친이·친박 계파나 이야기 주제와 상관없이 여러 모임에 참석해 ‘얼음공주’ 이미지를 녹이며 친분을 쌓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4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박보환·손범규·황진하·김성수 의원 등 경기도 지역 의원들 7~8명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주로 당내 정책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간사들이 다녀온 ‘한-미자유무역협정 방미단’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또한 최근 ‘중립’ 또는 ‘친이’ 성향의 서울 지역 초선 의원 2명과 함께 저녁을 들기도 했다. 이날 박 전 대표와 만났던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측근 의원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며 “본인은 덕담 차원에서 ‘내가 꿈꾸는 나라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당이 모래알처럼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려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한 “‘포섭 의도’ 같은건 전혀 없었고, 본인이 하는 공부모임 이야기도 하고 텔레비전 드라마도 추천하는 등 가벼운 얘기를 건네더라”며 “직접 만나보니 신뢰를 주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고, 요즘 콘텐츠를 보강하고 대중성을 넓히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예전엔 이런저런 모임에서 좀 오시라는 초청을 받으면 딱 잘라서 안 간다고 했는데 요즘엔 웬만하면 참석할 만큼 많이 유연해졌다”며 “친박 의원들뿐 아니라 계파에 연연해하지 않고 만나 쟁점 법안·정책 등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핵심 측근은 “대선이 끝난 뒤 여러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이제는 계파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어차피 지금 ‘친박’들로만 선거를 할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말씀을 드렸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충고들을 수용하고 스스로 바꾸려고 애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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