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점거농성 중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안 상정에 반대하며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민주·민노, 회의장 점거…한나라 출입 봉쇄
이번엔 민주당이 문을 잠그고, 한나라당이 문을 두드렸다.
전날 한나라당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문을 닫아걸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 상정’을 하자, 민주당은 19일 미리 회의장을 점거해 상임위 ‘원천봉쇄’로 대응했다.
민주당은 이날 아침 7시께 국회 445호실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의 문을 걸어 잠갔다. 조진형 위원장 등 한나라당 행안위 위원들은 오전 10시 전체회의 개회 예정 시각부터 낮 12시까지 세 차례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문 앞에서“여야 간사단 합의도 없이 어떻게 전체회의를 일방 개최하느냐. (집회에서) 마스크 쓴다고 처벌하는 법을 상정해?”라며 여당 의원들을 막아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복면 금지’를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등을 상정하려 했다. 이날 오후엔 한나라당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야당을 빼고 소회의실에서 속기사까지 대동해 모였다가 민주당이 “날치기 회의”라고 제지하자, “그냥 얘기나 하려고 모인 것”이라고 해명하고 흩어졌다.
6층 정무위원회 회의장에선 민주당과 민노당이 합세해 한나라당 출입을 막았다. 이날 정무위 회의에선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쟁점 법안들의 심사가 예고돼 있었다. 김영선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민 다 죽이는 대부업법 등 민생 법안을 심사해야 할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은 서민을 볼모로 국민들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들을 복도에서 가로막은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권택기 의원 지역구의 노후화한 국립서울병원 예산을 197억이나 배정해줬는데, 권 의원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그걸 전액 다 깎아놓고, 어디서 서민을 얘기하느냐, 국민 팔아먹지마”라고 응수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서민 위한다면서 종합부동산세를 깎았냐?”고 맞섰다.
이날 국방위, 보건복지가족위, 지식경제위 법안심사소위도 여야가 대치하면서 열리지 못하는 등 전 상임위가 가동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전날 외통위 사태와 관련해 박진 외통위 위원장,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국회 경위과장 등 3명을 형법상 직권남용, 국회 회의장 모욕, 특수공무방해죄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소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집시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상정을 막으려고 위원장석 주변에 책상을 쌓아놓은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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