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노동법 날치기 ‘나쁜 기억’ 때문에
“26일만은 피해 갈 것이다. 그날은 우리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기분 나쁜 추억이 있다.”
민주당이 25일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 쟁점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온 홍준표 원내대표가, 26일에는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태도는 신한국당 집권 시절인 ‘1996년 12월26일 노동법 날치기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그해 총선에서 13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야권은 국민회의 79석, 자민련 50석, 민주당 15석, 무소속 16석을 차지했다.
이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무소속과 자민련 의원 18명을 영입해 원내 과반수를 넘긴 뒤 일방적 국회운영에 들어갔다. 그해 12월26일에는 안기부에 찬양고무죄·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주는 안기부법,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날치기’를 감행했다. 신한국당은 크리스마스인 25일 밤 여당 의원들을 서울시내 4개 호텔에 나눠 투숙시킨 뒤, 다음날인 26일 새벽 차창이 가려진 관광버스에 태워 국회로 실어날랐다. 그리고 새벽 6시 오세응 부의장 사회로 7분 만에 노동법, 안기부법 등 11개 법안을 처리했다. 서청원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작전 성공’을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이런 무리수는 김영삼 정부한테 부메랑이 됐다. 노동계·학계·시만단체가 “날치기 악법 철회”를 외치며 광범위한 저항전선을 형성한 때문이다. 물론,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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