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직자들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점거 장기화로 링거 맞는 의원들…곳곳 새우잠
민주당 의원들 모처럼 ‘한덩어리’ 된 것에 고무
민주당 의원들 모처럼 ‘한덩어리’ 된 것에 고무
“콜록, 콜록.”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기침이 부쩍 늘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입법에 맞서 점거농성 중인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본회의장 등의 공기가 건조한데다 통풍도 잘 되지않아 먼지가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목이 칼칼한 의원들이 늘자 본회의장 농성 이틀째인 27일 아침식단으로 ‘북어국 도시락’이 급히 오르고, 이미경 사무총장이 가져온 오이 등이 간식으로 제공되는 모습도 보여지고 있다. ‘밤샘 농성’이 이어지면서 김유정 대변인 등 병원에서 링거를 잠시 맞고 돌아오는 의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실 바닥에 간이 매트를 깔고 여기저기 흩어져 잠시‘새우잠’을 청하는 건 흔한 풍경이다. 의장석을 향해 경사가 진 본회의장에선 평평한 공간이 좁은 탓에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는 의원들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18대 국회 들어 그 어느 때보다 ‘한덩어리’가 됐다는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26일과 27일 본회의장과 상임위 ‘1박2일 철야농성’에 62명 의원이 동참했다. 지난 7월 당권도전에 실패한 뒤 의원총회나 농성현장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추미애 의원도 밤을 지새웠다. 오전 9시에 의원총회를 소집해도 50명이 채 되지않던 11월까지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1945년생인 비례대표 서종표 의원은 27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총에서 ‘힘들지 않으시냐’는 후배 의원들의 걱정에 “괜찮아. 난 원래 야전 체질이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육군 3군사령관(대장)을 지낸 그는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여당보다 더 여당같은 발언을 한다는 당 내 의원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의총에서 “한나라당 기습에 대비해 야간 경비조를 만들고 우리가 그 경비조를 서야 한다”는 제안까지 해 동료의원들의 투쟁성을 더 부추겼다고 한다. 비례대표 ‘1번’ 상징성에 비해 대외적인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던 이성남 의원도 이날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초선이라 잘 모르지만 한나라당의 횡포가 너무하다”며 결의를 다졌다고 조정식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사무처가 본회의장에 설치된 인터넷선을 점거농성 중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무선 인터넷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가 하면, 그간 의정활동 탓에 보지 못한 책들을 여러권 가져와 읽으며 농성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본회의장 내부를 크게 돌며 장시간 의자에 앉아 생긴 피로를 푸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본회의장 출입문마다 자전거 체인과 철사로 묶어 외부접근을 막은 가운데, 충무김밥이나 도시락, 컵라면 등은 본회의장과 연결된 2층 속기사 문을 통해서만 보급하고 있다. 간혹 바닷가쪽이 지역구인 의원들이 마련한 ‘회’가 이 보급통로를 통해 들어가기도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장에 배수진을 치고 들어왔다. 절대 후퇴는 없다. 엠비(MB)악법 저지라는 우리가 세운 목표에 흔들림 없이 투쟁해 나가자”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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