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을 놓고 여야간 한바탕 격돌할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여야는 주말에도 팽팽한 대치를 계속하며 승리를 향한 전열정비와 작전짜기를 이어갔다.
법안처리의 최후보루인 본회의장을 선점당한 한나라당은 27일 원내대표단이 빠짐없이 국회에 나와 머리를 맞댔다. 홍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원내대표실에서 미디어관련법, 집회·시위때 복면 착용을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신설법, 휴대전화 감청을 양성화한 통신비밀보호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핵심법안 114개 중 최우선 처리 법안을 재분류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또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졸속입법, 위헌 시비 등을 없애기 위해 법안 완성도도 재차 점검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추려진 연내 최우선 처리 법안을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에 대한 비판 공세도 높였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민주당은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면서 직권상정과 자해정치를 유도하고 있다”며 “예산 부수법안, 경제살리기법안, 헌법 불합치 판정 법안 등은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점거를 풀고 협상장에 나와 국민적 요구를 수렴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국회 집결령’을 내리며 임전무퇴 의지를 다졌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이틀째 점거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철야농성을 한 62명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한 뒤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후퇴는 없다”며 “국민에게 우리의 진정성을 알리고, 엠비(MB) 악법의 부당성을 알리자”고 말했다. 의총에선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인터넷에 자유를, 휴대폰의 자유를, 방송을 국민에게”를 의총 공식구호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뚫고 들어올 것에 대비한 작전논의도 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소수야당 한계를 극복하고 엠비악법 저지하기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 했다”며 “저항하다가 끌려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인간 사슬’을 만들어서라도 저지해야 한다는 방법들이 모색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기습공격을 막기위해 국회의장실과 행정안전위, 정무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에 의원, 당직자, 보좌관을 배치해 점거를 이어갔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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