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오른쪽 세번째)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맨 왼쪽),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 문국현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맨 오른쪽)가 5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악수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형오 국회의장의 손에 이끌려 5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직전까지 양쪽의 ‘피말리는 협상’이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의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6명은 김 의장의 중재 아래 이날 오후 6시께 본격 회담에 들어가 5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실제 의견접근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밤 11시30분께 회담장을 나온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도저히 못하겠다. 아무리 합의하려고 해도 안 된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주당은 “진전된 게 하나도 없어 설명할 게 없다”며 내부 회의에 들어갔다. 권선택 선진당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회담 도중 두 번이나 밖으로 나가려는 걸 막았다. 민주당이 아주 강경하다”고 전했다.
이날 협상에서 가장 갈등을 빚은 것은 방송법의 처리 시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2월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 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시한을 못박지 않은 합의 처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본래 ‘연내 처리’를 목표로 했다가 ‘1월8일’까지로 후퇴했던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만큼은 쟁점 법안을 마무리짓길 원하는 반면, 민주당으로선 시기를 정하는 것이 자승자박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큰틀에서 합의한 ‘법안 분리 처리’ 방침도 속시원히 풀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본래 한나라당의 ‘85개 중점 법안’ 중 논란 없는 58건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 37건 등 95개는 일단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이를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자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이 내놓은 95개 법안을 들여다보니, 법안마다 대안·거부 등의 의견이 달려 있어 실제로 무리없이 처리할 것은 30여개 정도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협상이 중단된 뒤 한나라당은 무척 격앙된 모습을 보인 반면, 민주당은 사뭇 차분하고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이날 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정세균 당 대표와 만나, 6일 법사위를 소집해 계류 중인 법안 37건을 먼저 처리하자고 여당에 제안할 것을 건의했다. 적극적 공세인 셈이다.
이유주현 강희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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