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개각 관련 반응
당-청 소통단절 원인 두고 비판·자성 잇따라
“굽실 지도부가 자초” “국회 무시 대통령탓”
“굽실 지도부가 자초” “국회 무시 대통령탓”
1·19 개각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한나라당에서 20일 ‘당·청 소통 단절’의 원인과 처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청와대에 ‘굽실 행보’를 거듭해온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가 상명하복의 수직적 당·청 관계와 굴욕을 자초했다는 자성과 비판이 잇따랐다. 정권 창출의 주역인 한나라당을 무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 <기독교방송>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얼마나 당이 청와대로부터 평소에 존중을 받지 못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지도부는 왜 이렇게 소홀하게 취급됐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 의원은 특히 “당이 국민한테 약속한 것과 국민의 뜻을 빨리 취합해 행정부에 실시하라고 (압박)하는 과정들이 못 돼 와서, 지금 이 정도밖에 취급 못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이명박계의 한 핵심당직자도 “집권 여당답게 정책으로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하지는 못할망정, 뒤를 따라다니기 급급하니 번번이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희태 대표가 주례회동에서 ‘4대강 사업 속도전’, ‘새정치운동본부 설치’ 등 이명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보고를 거듭하고,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당정 협의 등에서 정책 주도권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여당 사무총장의 역할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전화에서 “집권 여당 사무총장이 이렇게 힘이 빠진 때는 없었다”며 “정당정치 복원을 위해 당 대표의 주례회동과 다른 차원에서 사무총장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률 사무총장을 지목하며 “청와대가 당을 셰퍼드로 취급하는 이런 행태는 유신정권 때도 없던 일”이라며 “실세 사무총장이 당에 있으면 뭐하냐”고 비판한 것도 이런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과 국회를 무시한 이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태와 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당·청 단절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여의도 정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청와대 참모와 핵심 측근들은 이 대통령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그렇게 움직이게 돼 있다”며 “결국 한나라당과 여의도 정치를 무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당·청 소통 복원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 대표나 최고위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이 대통령을 들이받으면 여권 스스로 판을 깨는 꼴이 될까 봐 못마땅하지만 그동안 조용히 편들어준 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당 지도부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최소한의 예우는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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