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 당직자회의에서 강병규 행정안전부 2차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나라당에서 거꾸로 가는 당 운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용산 철거민 참사 대처 방향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억누르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21일 ‘용산 참사’ 대책을 논의하고자 ‘용산철거민 사고 관련 당직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희태 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출근하고도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 때문에 회의에 가지 못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애초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최고위원들은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임 정책의장이나 주호영 의원도 실무자급이냐”고 반박했다. 임 의장은 최고위원이다. 이에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책임자 사퇴’를 주장하며 박 대표와 완전히 의견이 다른 홍 원내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봐야 의견 다툼만 심해질 것 같아 참석 대상을 좁힌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어쨌든 홍 원내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결국은 내 말대로 (김 청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 청장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는 ‘김석기 국회’가 돼버려 쟁점법안 처리가 엉클어져 버린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반해 박희태 대표는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당의 공식 입장은 먼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날 공개 석상에서 “용산 철거는 과잉진압”이라며 김 청장을 겨냥했던 공성진 최고위원도 이날은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김 청장 등의 파면을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흠집을 내고자 하는 정치공세”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당직자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은 ‘용산 참사’와 관련한 텔레비전 토론 등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렸다. 한선교 당 홍보기획본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 종료 전 고귀한 생명의 희생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텔레비전 토론에 나가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경우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이견 표출로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막아 보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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