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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정원 ‘정권 친위부대’로…정치 사찰 부활 가능성

등록 2009-02-11 08:02수정 2009-02-11 08:08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 청문회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정보 수집 불가피론’을 폈다. 또 한동안 주춤했던 국정원 관련법 개정 의지를 되살리고, 국정원 조직개편 방향을 내비쳤다. 이런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 후보자가 ‘국정원의 친위대화’에 저극 나설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 정치정보 수집 양성화

정보수집 음지→양지…수집범위·개념 모호

원 후보자의 “정치정보 수집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은 그동안 음지에서 국회나 정당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국정원의 정치정보 수집을 ‘내놓고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올바른 정책 결정과 체제전복세력으로부터 정치권을 보호하겠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정치정보 수집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사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더구나 원 후보자가 밝힌 정치정보의 수집 범위와 개념이 모호해 이런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원 후보자는 정치정보 수집과 정치사찰 또는 정치관여가 명백히 다르다며, 청문회 내내 “정치 개입은 근절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국정원이 수집할 정치정보의 범위를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국정원이 정책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국회와 정당 등에 대해 얼마든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한나라당 안의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촛불시위 국면에서 국정원의 정보수집 능력 부족을 질타하고, 법조인 출신 김성호 원장이 ‘정무적 정보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장 교체론을 역설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정원의 일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원 후보자가 ‘체제전복세력의 침투’ 예방을 정치정보 수집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이 정치적 공안사건을 만들었던 논리와 비슷하다. 이날 민주당의 원혜영·박지원 의원 등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비판하며, 발언의 잘못을 인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원 후보자는 “국가 주요 정책이 정치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체제전복세력의) 침투 목표가 될 수 있어 이 부분에 슬기롭게 정보활동을 하되, 정치개입이나 정치사찰 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추진

국정원장 권한 비대화…자의적 법적용 우려

원 후보자가 국가정보원법 개정과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이 국제 안보환경의 변화, 테러 위험의 증대 등을 이유로 이들 법안에 대한 개정에 동의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원 후보자처럼 정보기관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추진 의사와 목적을 명백히 밝힌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원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국정원법 개정과 관련해 두 가지 의미심장한 답변을 했다. 첫째, “법률상 불일치로 국정원 업무 수행이 매우 어렵다”며 “이번에 업무 불일치 정도는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국정원법에 정치정보 수집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활동을 할 것이냐는 원혜영 의원의 질문에 “앞으로 국정원법이 (개정)되면 그런 것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정치정보 수집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원 후보자의 이런 발언은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국익에 관한 정책정보 수집’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가 정치사찰 허용 비판에 밀려 철회하면서 급속히 약화된 국정원법 개정 동력을 되살려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원 후보자는 그동안 논란이 거듭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세계적 추세”라며 “이번 기회에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은 지난 16~17대 국회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센터장도 국정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정원장의 권한 비대화, 포괄적인 ‘테러단체’ 규정 등으로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조항처럼 국정원의 자의적인 법 적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국정원 조직 개편

국내외 정보 통합…정치적 사용 견제장치 필요

원 후보자는 “글로벌한 세상이라 정보를 국내·국외로 나누기 어렵다”며 국내와 국외 정보를 통합해 운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국정원의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이 말을 ‘미 중앙정보국(CIA) 모델’을 들여오겠다는 뜻으로 읽고 있다. 현재 국정원 조직은 해외·국내·대북 등으로 분야가 나뉘어 있고, 수집한 정보도 각 분야별로 분석·가공·보고되는 자기완결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 분야 사이에는 ‘분리와 차단’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은, 크게 보면 정보의 ‘수집’·‘작전’(공작)과 ‘분석’으로 나뉘어 있다. 즉 국정원이 목표 중심으로 짜여 있는 반면, 미 중앙정보국은 기능 위주로 움직인다.

원 후보자의 말이 실현된다면, 현재 해외 2.5, 국내 3.5, 대북 2, 기획조정 2로 배분돼 있는 국정원의 업무·인력 체계도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원 후보자의 구상은 과거 정부에서도 국정원 발전계획이 논의될 때마다 들어 있던 단골 메뉴”라며 “발전적으로 시도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게 수집·분석한 정보를 통치권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쓰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는 또 “정보기관을 실무적으로 엮어 여러 정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각 기관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국정원이 취합해 정부 정책과 연결시키는 ‘통합 조정자’ 노릇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정원의 권한과 위상을 다른 정보기관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신승근 강희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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