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흉악범 신상공개 등 합의…“인권 후퇴” 반발
한나라당이 12일 법무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과 당정회의를 열어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사실상 사형 집행을 공식 촉구한 것으로, 그동안 사형 집행을 보류해온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장윤석 한나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과 이귀남 법무부 차관, 정창섭 행정안전부 제1차관, 이길범 경찰청 차장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무 당정협의를 열고 사형 집행 문제를 비롯해 흉악범 처벌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장 위원장은 회의 뒤 “한나라당이 사형 집행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전하자 정부는 ‘이런 여론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 점을 업무에 참조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은 “사형 집행을 하겠다, 안 하겠다는 합의나 결론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범인 검거 뒤 공개적으로 사형 집행을 주장해 왔으며, 법무부도 이미 사형이 확정된 사람들에 대해 형을 집행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옳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형을 선고받고도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기결수는 내국인 56명, 외국인 2명으로 총 58명에 이른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강도 살인, 강간 살인, 납치 유인 등 흉악범들은 얼굴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강력범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해 보관하는 ‘유전자 은행’을 설립하고, 그 정보를 수사기관이 공유하기로 했다. 총리실 소속으로 유전자 은행을 관리할 위원회도 설치할 계획이다.
현행법으론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0년 복역하면 가석방을 검토할 수 있지만, 흉악범들에 한해선 10년 이후에도 가석방이 불가능하도록 특례를 두는 데도 합의했다. 유기징역 시한 역시 현행법의 최장 상한선인 25년을 50년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강력범죄 예방은 강력한 법 집행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사형 집행, 유전자 은행 설치 등이 집행된다면 인권정책이 크게 후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